尹 "내부총질" 문자 '후폭풍'.. 이준석과 권성동의 앞날은?

서진욱 기자 2022. 7. 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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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적 평가'가 담긴 문자메시지(사진 왼쪽)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논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권성동 직무대행 페이스북 갈무리) 2022.7.27/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노출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메시지로 인해 여당 내 분란이 확산할 조짐이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에게 중징계를 내린 배경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이라는 여론이 번지고 있어서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권성동 직무대행을 향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당 지도체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재차 사과한 권성동 "송구하다"… 이준석 '중징계'에 尹의중 반영?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 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27/뉴스1

권 대행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인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인해 유출, 공개돼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당원 및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제 입장은 페이스북에 밝힌 그대로이니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사적인 문자가 본의 아니게 유출됐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확인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며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은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대행이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장면을 포착했다. 권 대행의 휴대전화 사진을 통해 윤 대통령이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보낸 사실이 노출됐다.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올해 6월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준석 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10/뉴스1


윤 대통령은 권 대행과 문자메시지에서 이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하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권 대행이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윤 대통령의 표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냉담한 평가는 당 윤리위의 중징계 배경으로 읽힐 여지가 충분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당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배치되는 메시지다. 이 대표 징계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권 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과 두 차례 강하게 부딪친 이 대표에게 여전한 악감정을 갖고 있다는 해석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로 윤리위의 중징계가 정당했는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한번 벌어질 수 있다. 이 대표의 성상납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윤리위가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성상납 무마 의혹의 핵심 정황인 '7억원 투자 각서'가 대선 국면에서 윤 후보 비서실 인사에게 넘어갔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했다. 겉과 속이 다른 행태를 언급한 것으로 자신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이라고 한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흔들리는 '권성동 대행' 체제… 당 지도체계 변화 요구 나오나
안철수(왼쪽),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 24 새로운 미래 두 번째 모임인 ‘경제위기 인본 혁신생태계로 극복하자!’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2.7.13/뉴스1

이 대표 중징계로 출범한 권 대행 체제를 뒤흔드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당을 이끄는 권 대행이 당내 분란을 촉발하고 윤 대통령 이미지에 타격을 준 당사자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사적 채용' 논란의 중심에 선 데 이어 문자메시지 노출 사태를 일으키면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나 일각에선 권 대행이 정치적 논란을 자초한 데 대해 상당한 비판의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행을 향한 당내 불만은 당 지도체계 변화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표 중징계 직후 나왔던 비상대책위원회,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다시 제기되며 권 대행의 사퇴를 종용하는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앞서 권 대행이 직무대행 체제를 출범할 당시 차기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 대행이 조기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원내대표직 사퇴가 불가피한데, 여기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여당 내분 사태를 바라보던 의혹의 눈길이 문자메시지로 굳어지게 됐다. '이준석 토사구팽'이란 시각이 꽤 있었는데 증거가 없었다"며 "내부 총질 문자가 나오면서 '이 대표를 사실상 밀어내기했구나'라는 확증편향을 국민들이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대행은 이미 9급 채용 발언으로 이미 타격을 입었고 본인이 아무리 부정해도 더이상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국면전환용이라고 할지라도 당 지도체계 쇄신을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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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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