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빚많은 가계·기업에 경고장 "금리상승 영향 취약부문에 집중"

"이자상환+물가급등에 저소득·과다차입 가구 소비여력 줄어"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주택 담보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2022.7.2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금리 상승의 영향이 저소득·과다차입 가계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에 집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 상승이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파급 경로별로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로 내렸으며 지난해 8월과 11월, 1월, 4월, 5월 각각 0.25%포인트(p)씩 올렸다. 또한 이달 들어선 한 번에 0.50%p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 보고서는 먼저 민간소비와 관련해 기준금리 0.25%p 상승에 따라 줄어드는 가계의 이자수지(이자소득-이자지출) 규모가 8000억~2조5000억원 정도라고 전했다. 소득수준별로 한계소비성향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분석한 결과 이자수지 감소는 민간소비를 연간 0.01~0.04%p정도 둔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나 저소득·과다차입 가계의 소비제약이 클 것으로 추정됐다. 이 보고서는 "가구별 원리금상환부담(DSR)의 분포를 감안할 때 금리상승으로 DSR이 커지면서 소비가 제약받는 가구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이자상환부담에 물가 급등에 따른 부담까지 더해져 차입규모가 큰 가구와 저소득층 가구에서 소비여력이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설비투자와 관련해선 IT제조업의 경우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나 비(非)IT제조업과 비제조업은 유의한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특히나 한계기업의 경우 여타 기업에 비해 금리에 더 민감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이자보상 배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설비투자 역시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보고서는 아울러 건설투자의 경우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의 건설 수요가, 공업용보다 상업용 건물의 수요가 금리상승에 더 민감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건설자재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건설사의 자금조달사정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이 보고서는 "금리 상승의 영향이 저소득·한계·과다차입 가계 및 기업 등 취약부문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가속, 중국 경기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서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에서 금리 상승이 한계기업을 식별하는 계기가 되면서 자발적인 구조조정과 우량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강화시키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se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