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토사구팽", "쫓아내서 속 편하냐"..尹 대통령 '내부총질' 문자 여진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후 정치권 내에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는 각종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으며 의원들은 추후 발생할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토사구팽을 당했다'는 식의 반응을 내놓으면서 관망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건의 경위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26일 대정부질문이 한창 진행 중이던 국회 본회의장.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직무가 정지된 이 대표와 관련한 문자였다. 국회사진기자단이 이날 오후 4시 13분에 촬영한 권 대행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메시지 발신자가 '대통령 윤석열'로 표기돼 있었고, 두 사람의 민감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19분 권 대행에게 "우리 당도 잘 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 발송한 뒤 11시 40분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에 권 대행은 11시 55분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진이 찍힌 시각 권 대행은 문자메시지 입력칸에 "강기훈과 함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적고 있었다. 메시지에 등장한 강기훈은 1980년생으로 2019년 대안 우파 성향의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했다.
◇민주당 "이준석 토사구팽 당했네", "쫓아내서 속 편하냐"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토사구팽을 당했다는 식의 반응을 내놓았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와 인터뷰에서 "내부에서 비판적인 얘기하고 다른 얘기하면 내부 총질인가"라며 "대통령이 그런 당대표를 쫓아내서 전국을 떠돌면서 치킨 먹게 하고 노래 부르기하고 그럼 속이 편한가"라고 직격했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이준석, 토사구팽당한거 맞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이준석의 내부총질이나 윤 대통령의 말폭탄이나 경중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도어스테핑 폭탄에 이어 텔레스테핑 폭탄까지 터진 여권에 포연이 자욱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준석 내부총질에 윤석열 말폭탄의 장군멍군, 지지율도 그렇고 윤정권 초장부터 쑥대밭이 될 조짐, 여권발 내전이 곧 시작되려나 보다"고 맺었다.
이원욱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대선과 지선에 공이 컸던 이 대표의 징계는 취업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태 전 의원과 염동열 전 의원에 대한 징계와 비교할 때 그 수위가 높았다"며 "의도적인 찍어내기였다"라고 적었다.
조오섭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몰래 당권싸움을 진두지휘 했느냐"며 "민생 챙기기에 분초를 다퉈도 부족한 상황에서 당권 장악에 도원결의라도 하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은 기가 막힌다"고 규탄했다.
◇권성동 사과
권 대행은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유출·공개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원·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어 "제 입장은 페이스북에 밝힌 그대로이니 참고해달라"며 "사적인 문자가 본의 아니게 유출됐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확인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권 대행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 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권성동 사과에도 국민의힘 내부 대혼란…"윤 대통령 당 무시하나"
권 대행의 사과에도 당 내부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7일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따르면 윤 대통령 문자 파문 관련 글이 수백여건 올라왔다. 당원 대다수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노출한 권 대행의 행동이 부주의했다고 비판했고, 일부는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온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당원은 "윤 대통령 실망했다"며 "자격미달 대통령을 뽑은 것을 후회한다.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여당 청년 대변인과 지도부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청년들의 염원이 담긴 쓴소리로 인한 성장통을 어찌 내부 총질이라 단순화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설사 당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내부 총질'이라고 (윤 대통령이) 인식했다는 것에서 저는 정말 당황스럽다"며 "대통령이 당대표를 싫어했다는 소문이 원치 않는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 정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 청년 보좌진은 "윤 대통령이 본인 혼자만의 경쟁력으로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자신의 당선에 기여한 당과 이준석 대표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도부는 서둘러서 진화에 나섰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통령은 늘 중심을 잡고 있었고 당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관여한 적 없다"며 윤 대통령이 '당의 일은 당이 알아서'라는 원칙을 지켰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 뒤 "그 부분(권 원내대표와 문자 메시지)은 사적공간에서 이뤄진, 그 정도에서 지나가야 맞다. 정치적으로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이 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부총질' 여진은 지속
당내에서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에 대한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이준석 대표가 당 윤리위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을 때에도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6일 디지털타임스의 통화에서 "이번 문자로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사실 이 대표가 접대를 받았던 시기가 2013년이라고 하는 데, 당시 이 대표가 누구에게 접대 받을 정도로 높은 위치에 있었는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부분도 이 대표를 완전 날리자니 20·30세대 지지율과 이 대표가 끌어온 청년 당원들이 아쉬워서 그런 거 아닌가"라며 "철저하게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으로 국민의힘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던 조기 전당대회론이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은 모임을 통해 자신들의 '세 불리기'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재선 의원은 이날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권 대행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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