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여 부사관 유서 '부대내 괴롭힘' 담겨.."나한테 다 뒤집어씌워"

고 이예람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대에서 또다시 여 부사관이 숨진 가운데, 이 부사관이 부대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숨진 강 모(21) 하사가 남긴 유서에 부대에서 괴롭힘을 당한 정황 근거가 담겨 있다고 27일 밝혔다.

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에 기재된 내용과 여타 정황을 볼 때 강 하사 사망에 부대 내 요인이 있다고 판단된다. 또 군 수사기관의 초동 대응 과정상 문제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센터는 유서도 공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한테 다 뒤집어씌운다”, “내가 운전한 것도 아니고 상사님도 있었는데 나한테 왜 그러냐”, “○○사 ○○담당 중사, 만만해 보이는 하사 하나 붙잡아서 분풀이하는 중사, 꼭 나중에 그대로 돌려받아라” 등 강 하사가 부대 안에서 겪은 고충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유서에는 “내 직장이 여기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 수 있었을까” “나는 입대만 안 했어도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진짜 후회된다” “관사로 나온 게 후회된다. 다시 집 들어가고 싶다” 등 내용이 적혀있다.

과거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직장내 괴롭힘 근절 방지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국제신문DB

센터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강 하사를 이유 없이 비난한 사람이 있으며, 망인에게 부당한 처사를 했다는 점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임관 1년째를 갓 넘긴 강 하사는 이달 19일 오전 공군 20전투비행단 독신자 숙소 발코니에서 숨진 상태로 동료에게 발견됐다. 1년여 전 이 부대에서는 고 이예람 중사가 부대 내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센터는 “거실 바닥에 유서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이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며 “외부 침입 흔적은 없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밖에 군사경찰과 군의관 소견에서도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등 강 하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할 근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27일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 대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강 하사의 휴대전화 컴퓨터 등의 포렌식 작업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