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희생이 아니라 작은 인간성이 재난을 이긴다..영화 '비상선언'[리뷰]

오경민 기자 2022. 7. 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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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에서 비행기 테러를 예고한 진석(임시완)이 하와이행 비행기 KI501에 탑승한다. 쇼박스 제공.

하와이행 비행기 KI501에 오른 150명의 승객이 테러 위험에 놓인다. 비행기 테러를 예고한 살인 용의자 진석(임시완)이 이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를 눈치챈 형사 인호(송강호)는 진석을 검거하고 탑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다. 비행기에 함께 탄 재혁(이병헌)도 진석을 의심하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승객 한 명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사망한다. 한재림 감독의 영화 <비상선언>은 감염병, 테러리즘 등 이 시대의 공포를 비행기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다룬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비행기가 뭐예요?” 진석이 이렇게 물은 뒤 그날 그 공항에서 KI501에 탑승하는 건 우연이다. 그가 자행하는 바이러스 테러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고, 재난이다. 그는 비행기에 탄 모든 사람들이 발버둥치다 죽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KI501에 오른다. ‘참사’라고 부를 만 한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난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감염자를 내쫓는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 정치적 계산 때문에 신속하게 현명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정부,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를 실은 비행기의 착륙을 거부하는 다른 국가의 결정 등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재림 감독은 이 영화가 특정한 재난을 비유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한 것은 무려 10여년 전”이라며 “특정한 재난이 아니라 재난 자체의 속성을 들여다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이 닥치면 인간은 두려워하고, 나약해진다. 남을 비난하고 원망하기도 한다”며 “그럼에도 우리가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위대한 희생보다는 사소한 인간성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형사 인호(송강호)는 아내가 타고 있는 비행기 KI501의 승객들을 위해 이리뛰고 저리 뛴다. 쇼박스 제공.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재난피해자들을 위해 신중한 선택을 내리려 고민한다. 쇼박스 제공.

감독의 말대로 ‘작은 인간’들이 영화에서 분투한다. 동 떨어진 공간에서 150명만이 겪는 재난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책임감을 가지고, 땅 위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형사 인호는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고 백신을 찾아내려 몸을 사리지 않는다. 공무원으로서의 책임감과 균형감을 고루 갖춘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백팩을 메고 ‘메뉴얼대로 해야 하지 않냐’고 물으며 바삐 다닌다. 사무장 희진(김소진)과 부기장 현수(김남길)를 비롯한 크루는 비행기 안에서도 자신보다 승객들을 먼저 챙기고, 증상이 발현해도 내색하지 않고 버틴다.

배우 송강호는 이날 “재난이 벌어지면 안 되지만 재난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사회공동체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영화가 가족과 이웃에 대한 생각이자 삶에서 가장 소중한 지점들을 담담하고 묵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가슴에 와닿았다”며 “인호라는 인물을 통해서, 재난이 닥쳤을 때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간절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비행기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360도 회전하는 초대형 비행기 세트로 구현했다.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수 있게끔 인물과 거리를 두고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옛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을 주기 위한 필름 질감을 사용했다. 러닝타임은 140분. 영화 후반부에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시퀀스가 여러 번 반복돼 피로감을 느낄 관객도, 오히려 영화 푯값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관객도 있을 듯하다. 다음달 3일 개봉.

사무장 희진(김소진)은 자신보다 승객을 먼저 챙기며 비행기 안 상황을 살핀다. 쇼박스 제공.
부기장 현수(김남길)는 증상이 생겨도 내색하지 않고 버틴다. 쇼박스 제공.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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