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스킨 구매 '자랑스러워' 해도 되는 이유

최은상 기자 2022. 7. 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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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게임즈 10년 간 6번 문화재 환수에 쓰인 밑거름

"나만의 상점 떴냐?"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아마 이번주 최대 이슈는 '나만의 상점'이었을 것이다. 나만의 상점은 랜덤으로 유저가 주로 사용하는 챔피언 풀 그리고 자주 플레이하는 포지션의 챔피언 스킨을 랜덤으로 6가지를 뽑아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다.

LoL은 정액제 요금, 인게임 아이템 등의 별도의 과금이 없다. 그래서 LoL 수익의 큰 비중은 챔피언 스킨 판매가 차지한다. 비싼 스킨일수록 챔피언의 능력치가 강해진다거나, 논타겟 스킬이 타켓팅으로 바뀌거나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기호품'일 뿐이다. 

과금을 바라보는 불편한 인식 때문일까. 적게는 몇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스킨을 모으는 유저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을 때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해외 기업에 돈을 갖다 바친다는 비아냥도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LoL 스킨 구매는 자랑스럽게 여겨도 될 듯 싶다. 왜냐면 라이엇게임즈는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27일 발표한 조선 왕실 유물 '보록'까지 라이엇게임즈는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6번의 국외 소재 문화재를 우리나라로 가져왔다. 라이엇게임즈가 10년 동안 문화재 환수에 쓴 돈만 무려 70억 원에 가깝다. 여기에 들인 인력과 시간을 감안하면 그 노력은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의 뿌리인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겠다는 진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렇기에 현재 유저들이 LoL 스킨 구매에 사용한 돈이 가치있는 사업에 사용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좀 더 자부심을 느껴도 되지 않을까. '단순 자기만족을 위한 유흥'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말이다. 

라이엇게임즈 측은 문화재 환수 사업에 대해 "오늘날의 문화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우리 문화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10년의 노력을 이어왔다"며 "올해 이렇게 또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더욱 기쁘며, 항상 우리와 함께해주시는 플레이어 여러분께 또 한 번 우리의 자부심이 되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2년 6월 문화재청 후원약정을 시작으로 만 10년째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라이엇게임즈는 지금까지 과연 어떤 국외 소재 문화재를 환수해왔을까. 고국으로 돌아온 자랑스러운 6점의 우리 문화 유산을 정리해봤다. 

 

■ 석가삼존도

2014년 1월 라이엇게임즈의 지원으로 고국으로 돌아온 '석가삼존도'는 현존 불화 중 도상의 배치가 희소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조선시대 불화다. 일제 강점기에 유출된 뒤 뉴욕에서 진행된 경매를 통해 미국 '허미티지박물관'에서 돌돌 말아 보관 중이던 문화재다. 당시 라이엇게임즈는 불화 반환 관련 비용 일체를 지원했다. 이는 외국계 기업이 문화재 반환 사업에 참여한 최초의 사례다.

■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헌종의 어머니인 신정왕후(1808-1890)가 효명세자의 세자빈으로 책봉된 1819년(순조 19년) 수여된 것으로, 조선왕실의 죽책 형식을 엿볼 수 있다. 공예품으로서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왕실 의례 상징물이다.

이 죽책은 150여 년 동안 행방이 묘연해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프랑스에서 개인이 소장하던 중 경매에 나온 것이 발견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의 환수 의지와 더불어 라이엇게임즈의 기부금 마련 및 지원 노력 등 민관의 협력이 이뤄진 끝에 2018년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 척암선생 문집 책판

세 번째로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성공한 사례다. 본 책판은 2019년 2월 독일 경매에 출품됐으며, 이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발견해 라이엇게임즈에서 후원한 '국외소재문화재 환수기금'을 활용해 매입했다. 척암선생 문집 책판은 조선 말기 영남지역 대학자이자 1895년 을미의병(乙未義兵) 시의병장으로 활동했던 척암 김도화(金道和, 1825-1912)가 남긴 것으로,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2019년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조선 19세기에 왕실 및 관청용 도자기 제조장인 분원관요에서 제작한 사각호, '백자이동궁명사각호'는 19세기 궁가에서 사용된 백자를 파악할 수 있는 희귀한 자료로 꼽힌다. 바닥면에 궁가로 추정되는 '이동궁(履洞宮)' 명문이 새겨져있기 때문이다. 기록으로만 볼 수 있었던 이동궁이 실물 자료로 확인되는 매우 드문 예에 해당한다. 

■ 중화궁인

'중화궁인' 역시 서수(상서로운 짐승) 모양으로 조각된 손잡이(인뉴, 印鈕)와 전서 및 해서가 혼용된 독특한 형태의 도장 글씨에서 높은 역사적 가치를 평가 받은 문화재다. 두 점의 조선 왕실 유물은 2019년 3월 미국 뉴욕 경매에 출품된 것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발견해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한 '국외소재문화재 환수 기금'을 통해 매입했다. 


■ 보록

보록은 조선 왕실의 인장 '어보'를 넣는 '보통'을 보관하는 외함으로, 당시 문화와 생활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재로 꼽힌다. 특히 많은 이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량 제작한 것이 아닌, 왕과 왕비를 위한 왕실 의례에 따라 제작된 만큼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매 환수 과정이 마냥 순탄치는 않지만 최근 수년간 코로나19로 인해 국외소재문화재 발굴 및 협의를 위한 인력 파견 등이 쉽지 않아서 이번 보록은 특히나 쉽지 않았다. 이번 환수 유물 '보록'의 경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정보를 입수했을 당시 영국 법인이 경매를 통해 보록을 구입한 뒤 판매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이에 재단은 보록의 국내 귀환을 위해 문화재청과 협의하고 매입을 추진했으며, 소장자에게는 보록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당위성을 전달하고 설득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러한 설득과 기민한 국내 환수 절차 전반을 지원사격했다.

이번 지원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온 보록은 8월 중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해당 전시에는 중화궁인 등 라이엇 게임즈가 환수를 지원한 3종의 유물이 포함되어 있다. 

anews9413@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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