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실패 경험 녹였다..용산정비창 개발, 이번엔 성공할까

유엄식 기자 2022. 7. 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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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부침 역사..오세훈 시장의 '승부수' 과거 실패 고려해 보완책 구상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용산정비창 일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일 발표한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 개발 프로젝트는 2001년 지구단위계획 지정 이후 20년 간 부침을 겪었다. 코레일 부채를 줄이기 위해 시작된 시내 한복판 금싸라기 땅의 개발계획은 이 기간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 속에 수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오 시장이 과거 재임기간 실패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10~15년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할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을 이번에는 성사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7년 첫 마스터플랜 발표 후 논란 지속...금융위기 악재 겹쳐 2013년 최종 무산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용산 국제업무지구'라는 표현이 처음 거론된 시기는 2001년 7월이다. 당시 서울시가 국유지였던 용산정비창 부지를 대규모 개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면서다.

이후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1월 기자회견에서 코레일 부채 해결 필요성을 거론하며 개발 논의가 되살아났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을 위한 역세권 개발계획을 수립한다. 그해 말 코레일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공모를 진행했다. 이듬해 3월 시 심의를 거쳐 초고층건물 건설 계획이 확정됐다.

그러나 개발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시와 코레일 간의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2006년 9월 당시 오세훈 시장의 대표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충돌하면서다. 당시 시는 용산정비창 개발에 서부이촌동 지역을 추가하고 주변 강변북로 지하화를 요구했다.

진통 끝에 2007년 7월 시와 코레일이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고 개발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코레일이 주관사를 맡고 삼성물산이 사업자로 지정됐다. 예상 사업비는 28조원으로 단일 사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그해 말 사업 추진을 위한 민간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인 드림허브가 설립됐다.

하지만 사업은 이듬해 10월 글로벌금융위기 촉발하면서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은 삼성물산은 토지 중도금 지불 연기와 사업성 개선을 위한 용적률 상향을 요청했다. 하지만 특혜시비 논란 끝에 2010년 8월 사업시행자 지위를 포기했다. 이를 대신해 롯데가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개발 방식을 놓고 코레일과 마찰을 빚었다.

코레일이 랜드마크 빌딩을 4조원대에 매입키로 합의하면서 2011년 7월 사업 정상화 방안이 발표됐다. 그해 10월 용산정비창 부지에서 기공식을 진행했다.

용산 서부이촌동에서 바라본 용산정비창 부지 전경. /사진=독자제공


2012년 코레일은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계획을 발표하고 두 번째 마스터플랜을 공개했다. 당시 사업 완료 예상시점인 2016년이 코레일 창립 111주년이어서 부지 중심부에 짓는 620m 최고층빌딩 층고를 111층으로 설정했다. 주변에 200~400m대 높이 고층빌딩을 짓고 업무시설과 호텔, 오피스텔, 아파트 등을 조성하는 계획도 이 때 확정됐다.

그러나 사업 진행은 순탄치 않았다.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돼 당시 건설 경기 침체기가 지속돼 자금 운용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롯데와 자금 문제로 갈등을 빚은 코레일은 2013년 2월 삼성물산에 다시 사업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드림허브는 사업비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2013년 4월 사업 청산으로 개발이 최종 무산됐다. 시는 그해 10월 지구 지정을 해제했다.

앞서 용산정비창 개발 실패는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맞물린 영향이 컸다. 개발이 추진된 2006년은 부동산 '불장'이라고 불릴 정도의 호황기였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사업에 참여한 회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됐다. 사업이 최종 무산된 2013년까지 침체의 골이 장기화된 점, 외부 요인에 취약한 민간 PFV에 통개발을 맡긴 점 등이 실패 요인으로 거론된다.

업계 일각에선 2007년 시가 서부이촌동을 개발 구역에 추가해서 이해 관계자가 많아진 것도 실패 요인으로 꼽는다.
2018년 통개발, 2020년 공공주택 공급안 모두 좌초…오세훈, 실패요인 반영한 보완책 꺼냈다
이후에도 용산정비창 개발계획은 재논의됐다. 박원순 전 시장은 2018년 7월 싱가포르에서 경부선 지하화, 용산공원 일대 연계 등 '통개발' 마스터플랜 구상을 전격 공개했으나 일대 집값이 들썩이고 시장이 불안해진다는 정부 요청을 수용해 결국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해당 부지 공공주택 공급 구상을 밝혔다. 2020년 5.6 대책에서 8000호, 이어 8.4대책에서 1만호로 예상 공급 물량을 늘렸지만 최종 지구 지정에는 실패했다.

시는 과거 실패 요인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용산정비창 개발계획에 보완책을 담았다. 일단 서부이촌동 부지가 빠져 별도 보상계획이 필요없다.

민간 업체가 사업을 맡으면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경험도 이번 개발안에 반영됐다.

우선 공공기관인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동사업시행자로 나선다. 공공이 약 5조원의 재원을 투입해 부지 기반시설과 녹지 등 인프라를 미리 구축한 뒤 구역을 나눠 민간에 매각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부지를 현물출자하고 SH공사는 공사채를 발행해 2조원의 사업비를 충당한다.

약 5조원으로 추정되는 토지 매각수익은 지분율(코레일 70%, SH공사 30%)에 따라 배분한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로 돌아선 시장 상황도 발표 시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집값 급등기에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 투기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 금리인상과 맞물려 매수심리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에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2020년 6월부터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점도 외부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단으로 꼽힌다.

용산정비창 일대 개발 방향을 다시 업무지구로 바꾼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정비창 부지는 KTX 노선이 있고, 광화문 등 구도심과 접근성도 좋기 때문에 주거지보다 중심업무지구로서 가치가 높다"며 "빌딩과 녹지를 혼합하고 주요 교통수단을 연계하는 콘셉트도 도시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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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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