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수송선 출항 앞두고…흑해 수출항 인근 또 폭격
곡물 수출 재개 예정 지역 주변
이 와중에도 “종전 협상 용의” 주장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을 통한 곡물 수출이 이번주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러시아가 26일(현지시각) 주요 곡물 수출 항구인 오데사 인근 지역을 또 다시 공격했다. 곡물 수출 합의가 이뤄진 다음날인 지난 23일에 이어 사흘 만에 다시 러시아군이 공격에 나서면서, 곡물 수송선의 안전도 우려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사령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투폴레프 초음속 장거리 폭격기, 수호이 전투기 등을 동원해 오데사주 해안의 자토카 지역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남부 사령부는 이번 공격으로 해안가의 민간 주거용 건물에 불이 났다고 설명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오데사주 군정 대변인 세르히 브라추크는 현지 방송에 나와 흑해 방면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오데사주 동쪽의 미콜라이우주에도 이날 미사일을 발사해 항만 시설을 파괴했다고 우크라이나군이 밝혔다.
공격을 당한 오데사주와 미콜라이우주는 흑해 연안 가운데 러시아 지상군이 점령하지 못한 지역이며, 우크라이나군은 미콜라이우에서 러시아군의 오데사 방면 진격을 저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를 통해 지난 22일 오데사주의 3개 항구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합의에 군사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군이 미사일 공격을 한 지 몇시간 뒤 인근 헤르손주의 친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두 지역이 조만간 러시아군에 의해 “해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헤르손주 군정 관리 키릴 스트레모우소프는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헤르손주와 헤르손시가 완전히 해방됐다”며 오데사주와 미콜라이우주도 마찬가지로 러시아군이 곧 점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당장 오데사 점령을 위한 수륙 양동 작전을 시도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당분간 우크라이나군의 대함 미사일 공격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주요 전선인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토레츠크, 아우디이우카 등 주요 도시 지역에 대한 폭격을 이어갔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밝혔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적어도 3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돈바스에서 다른 지역으로 대피했던 주민들이 다시 복귀하고 있는 가운데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주 주지사는 이날 주민들의 대피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현지 방송에 출연해 “안전한 곳이 한 곳도 없다. 모든 것이 폭격을 당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친 러시아군이 용병 기업인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용병들까지 동원해 바흐무트 인근의 발전소를 점령했다고 미국의 군사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가 밝혔다. 전쟁연구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영상의 위치를 분석해 바그너그룹의 용병들이 바흐무트 주변 농촌 지역인 노볼루한스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남부 헤르손주 반격에 집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헤르손시의 주요 보급 통로가 되는 드니프로강의 안토니우스키 다리를 폭격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헤르손시와 헤르손주 남부 지역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러시아군이 중장비 이동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목표가 현 정부 전복이라고 밝혔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우간다를 방문 중인 라브로프 장관은 “적대행위는 결국 협상을 통해 끝나게 마련이라는 걸 누구나 알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며 서방이 종전 협상을 반대하기 때문에 지난 3월 이후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전날 우크라이나 정부를 ‘용납할 수 없는 정권’으로 지칭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정부를 제거하는 걸 러시아가 확실히 돕겠다고 말했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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