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브라질 대선 코앞..돌아온 '구두닦이 대통령' 룰라

황경주 2022. 7. 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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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에서 십여 년 전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룰라 전 대통령이 야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됐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이미 압도적인데요.

금속 노동자 출신, '구두닦이 대통령'으로 불리는 룰라가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다시 대선에 뛰어든 배경과 브라질 대선 전망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황 기자, 룰라 전 대통령이 공식 후보가 되기 전부터 이미 활발한 선거 운동을 해왔죠?

[기자]

네, 브라질의 좌파 야당, '노동자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된 현지시각 21일, 룰라는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고향에서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후보 지명은 사실상 상징적인 의미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는데요.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룰라는 여당 후보인 현 대통령 보우소나루를 훨씬 앞서고 있습니다.

이달 초 여론조사를 보면, 룰라 지지율이 44%로 38%인 보우소나루를 가볍게 제쳤습니다.

브라질 대선은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얻은 두 후보가 2차에서 결선을 치르는 방식인데요.

여론조사만 보면 두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을 경우 룰라가 50%, 보우소나루가 38%를 각각 득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지지율 격차가 꽤 있는 건데 룰라의 인기 배경은 어떤 건가요?

[기자]

룰라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뒤에도 80%가 넘는 지지율로 퇴임한 인물입니다.

브라질 군부 독재 시절 대규모 노동자 파업을 주도한 브라질 민주주의의 상징적 존재기도 한데요.

무엇보다 룰라 재임 기간 브라질의 고질병인 극심한 가난이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중국 경제가 크게 성장하던 시기와 맞물리며, 천연자원이 풍부한 브라질이 막대한 수출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번 돈으로 룰라는 극빈층 지원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매달 각 가정에 현금을 주는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룰라 다 실바/브라질 전 대통령 :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난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번 해봤던 것을 할 겁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예산을 책정하겠습니다."]

하지만 대형 건설 업체 편의를 봐주고 아파트 한 채와 뇌물을 받고, 또 돈세탁을 했다는 혐의로 2017년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18년에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는 했었는데, 이 부패 혐의가 발목을 잡아 후보에서 물러났습니다.

그해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현 대통령인 보우소나루입니다.

[앵커]

그 때는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싸우지 않고 이긴 셈인데, 4년 만에 이렇게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가 뭔가요?

[기자]

먼저 브라질 경제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속에서 브라질의 물가 상승세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지난 5월 기준 브라질의 한 해 물가 상승률은 12%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13% 선까지 올리다 보니, 이번에는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입니다.

[브라질 시민/룰라 지지자 : "브라질의 상황은 매우 나쁩니다. 가난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굶주리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예요. 룰라가 이 나라에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현 정권의 부패 문제가 자꾸 수면 위로 떠오르며 여론은 더 나빠졌습니다.

보우소나루가 룰라의 부패 혐의를 비판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보우소나루는 최근 법인카드를 과도하게 썼다는 의혹을 받아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대통령의 측근인 전직 교육부 장관이 예산 편법 집행 등의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룰라는 지난해 대법원이 "룰라에 대한 수사와 법원의 판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고 판결해 부패 혐의를 벗었고,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앵커]

지지율 차이가 있기는 해도 그래도 선거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거겠죠?

[기자]

네, 보우소나루도 우파 강성 지지층이 두터운 후보입니다.

본격 선거 운동에 돌입한 보우소나루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하고, 전자투표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막판 뒤집기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브라질 대통령 : "젊은 좌파 세력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진실을 보여주고 룰라와 함께하면 그들이 무엇을 잃을지 보여줘야 합니다."]

최근 브라질 의회는 트럭 기사들에게 새롭게 지원금을 챙겨주기 위해 헌법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기름값이 너무 올랐다는 이유인데요.

대선이 있는 해에 사회 지원금을 신설하지 못하도록 한 선거법을 피하려고 헌법을 고쳐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는 겁니다.

트럭 기사들이 대체로 보우소나루의 지지 세력인 만큼 지지층 챙기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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