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딱 기다려라"..'헌정 첫 장관 탄핵' 가능할까?

이지윤 2022. 7. 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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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과 이에 따른 경찰의 집단행동을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론'이 정치권에서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5선의 이상민, 최고위원에 도전한 고영인,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 등이 '탄핵 추진론'을 꺼냈고, 여기에 민주당 출신 무소속 민형배 의원, 특히 '탄핵론'에 올라탄 여당 의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헌정 사상 국무위원 탄핵은 지금까지 단 차례도 실현된 적이 없습니다.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역시 아직까지는 '당론 추진'에 신중한 모양새입니다. 왜일까요?

■ 野 행안위 간사 "탄핵 등 모든 방안 검토"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오늘(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장관이 계속해서 무리하게 법을 위반하고 (경찰국 설치를) 강행한다면 (탄핵 소추를)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고, 해임 건의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경찰청을 소관부서로 두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야당 간사입니다.

민주당 '경찰장악 저지 대책 단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의원 역시 오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찰국을 설치해 경찰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30년 전으로 되돌리는 거"라며 '탄핵론'에 힘을 보탰습니다.

서 의원은 특히 진행자가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은 탄핵 이야기를 했다. 권 의원이 깃발 들고 나서면 민주당도 같이 가느냐'고 묻자 "권 의원이 제게 연락도 왔고, 충분히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


■ 국민의힘 권은희 "이상민, 딱 기다리십시오"

서영교 의원이 거론한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 역시 경찰 출신입니다.

권 의원은 어제 SNS에 올린 글에서 "위헌·위법 권한을 행사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내 첫 탄핵 요구였습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이 장관은 권위주의 정부라는 과거의 망령에 강한 향수를 갖고 계신 듯 하다"라며 "역사의 발전과 사회 구성원들의 진전을 몸소 느끼고 깨달을 시간이다. 딱 기다리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권 의원의 주장에 "개인 입장이지, 당의 입장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경찰의 집단행동을 비판한 경찰 출신 국회의원 긴급 기자회견에도 윤재옥, 김석기, 이철규, 이만희, 김용판, 서범수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지만, 역시 권 의원 이름은 쏙 빠졌습니다.

국민의당 출신으로 4월 합당에 따라 국민의힘 소속이 된 권 의원은 사안마다 당 주류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 탄핵 소추, 관건은?

헌법 65조에 따라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됩니다. 169석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탄핵 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즉시 직무가 정지됩니다.

제65조 ① 대통령ㆍ국무총리ㆍ국무위원ㆍ행정각부의 장ㆍ헌법재판소 재판관ㆍ법관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ㆍ감사원장ㆍ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국회에서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헌정 사상 탄핵 소추안이 발의된 경우는 모두 15건(동일대상 의안은 1건으로 집계), 가결된 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임성근 전 부장판사 3건뿐입니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부결되거나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습니다.

설령 가결된다 하더라도 최종 관문인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큽니다.

■ 우상호 "대응 수위, 단계적으로"…신중론 '우세'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 내에선 신중론이 우세합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상민 장관 행태를 보면 상당히 거칠고 무례하다.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사안들은 쌓이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국회 내에서 먼저 이 문제를 따져보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가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필요한 조치들을 다방면으로 검토하되, 당 지도부에서 해임건의나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속내는 어떨까요?

한 민주당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탄핵소추안을 처리해야 할 텐데 헌재에서 이걸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엔 부담을 누가 질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헌재가 기각하거나 각하할 경우엔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아직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도 안 했기 때문에 조금 두고 봐야 한다"며 당내 기류를 전했고, 다른 의원 역시 "국민적 공분이 정점에 다다르면 당연히 할 수 있으나 지금은 그런 시점은 아니다. 민주당이 '또 의석 수로 밀어붙인다'는 프레임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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