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0일 가까이 잠행..도발도 잠잠·핵실험 가능성은 여전
과거에도 여러차례 한달 가까이 모습 드러내지 않아.."좀 더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가까이 공개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잠행 중이어서 주목된다.
27일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당 생활지도 간부 특별강습회 참석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 일정 이후 현재까지 19일째 공개 활동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20일 가깝게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소식이 들리지 않는 건 이례적이다. 그는 매달 최소 4회 이상 공개 활동을 했다.
북한이 소위 '전승절'로 칭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을 계기로 지난 26일 평양에서 개최한 제8차 전국노병대회에도 불참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이번까지 총 일곱 차례 전국노병대회를 개최했는데 김 위원장은 이 가운데 2015년과 2020년, 그리고 지난해 등 세 차례 직접 참석해 연설했었다.
특히 올해 노병대회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의 물리적 준비를 사실상 끝마치고 김 위원장의 결단만 남긴 상태에서 개최되어 그의 행사 참석 및 연설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미 군 및 정보 당국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평가한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총 58건이다.
특히 4월에는 김일성 생일(태양절·15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 90주년(25일) 등 대형 이벤트가 집중돼 열병식과 각종 기념행사에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또 지난 5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했다고 처음 인정한 이후 김 위원장은 방역 대책 수립을 위한 당 정치국 회의를 여러 차례 주재했고, 지난달에도 당 전원회의 확대회의·당 비서국 회의·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 다양한 공개 활동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잠행이 길어지는 데 대해 핵실험 준비 등 모종의 무력도발을 준비하거나 코로나19 확진 가능성, 무더위를 피한 휴가 등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의 잠행 기간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준은 아니라는 관측이 더 많다.
노병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올해가 '전승절' 69주년으로 북한이 특별히 기념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2018년에도 김 위원장이 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의 축하문을 노병들에게 전달한 사례가 있다.
더욱이 전승절과 관련해 아직은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전승절에 6·25 전사자 묘역인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지난 2015, 2017, 2018, 2019, 2020년과 지난해 줄곧 참배해왔고, 북한 매체는 당일인 27일이나 28일 보도하곤 했다.
김 위원장이 노병대회에 불참하더라도 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적도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20일 이상 잠행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추후 관련 보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연설 후에 한 달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삼지연시 건설사업장을 찾으며 공개 활동에 나섰고, 2020년 5월에는 22일간 공개 활동을 멈춰 건강 이상설 등이 나왔지만 그 기간 강원도 원산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정주년이 아니고 북한으로서는 대외 메시지를 낼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해 김 위원장이 노병대회에 불참했을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잠행이 길어지는 것은 '숨고르기' 차원으로 보이지만 조만간 기념사진 촬영 등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이번보다 잠행 기간이 훨씬 길었던 사례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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