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면죄부' 쥔 사우디왕세자, 유럽행 가벼운 발걸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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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6일(현지시간)부터 그리스,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순방에 나섰다.
사우디 왕실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그리스와 프랑스 정상을 만나 상호 관계 강화 방안과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의제는 공개하지 않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찾은 지 단 열흘 만에 유럽행 전용기를 탄 셈이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자신만만한 유럽행의 또 다른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사우디의 위상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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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실효성 좌우 '키맨'으로 위상 높아져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6일(현지시간)부터 그리스,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순방에 나섰다.
사우디 왕실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그리스와 프랑스 정상을 만나 상호 관계 강화 방안과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의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방문이 특히 이목을 끄는 이유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8년 10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첫 유럽연합(EU) 국가 방문이어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줄곧 이 암살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았고, 이 의혹을 깨끗이 털어냈다고 볼 수는 없는 처지다.
서방에서는 여전히 그를 암살을 지시했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이번 유럽행은 발걸음이 상당히 가벼워 보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면죄부'를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이라는 대명제를 근거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왕따'로 만들겠다며 앞장서 압박했으나 지난 16일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사우디를 찾아 관계 개선을 먼저 시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지자 '석유 왕국' 사우디의 협조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이 '빈손'이었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지만 무함마드 왕세자는 서방의 중심국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 찾아온 그 자체로 '카슈끄지의 굴레'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찾은 지 단 열흘 만에 유럽행 전용기를 탄 셈이다.
크리스티안 울리히센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 연구원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유럽 방문과 관련해 "카슈끄지 사건으로 인한 고립을 뛰어넘는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유럽 순방지로 프랑스를 택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2018년 카슈끄지 암살 사건 뒤 '인권 선진국' 프랑스는 무함마드 왕세자 측을 거세게 밀어붙인 유럽 국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프랑스의 주력 산업인 무기, 에너지 분야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다. 전세계가 경기 침체로 고통받고 있지만 사우디는 고유가 덕분에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9.9% 성장해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에 맞서 서방 단일 대오를 유지해야 하는 EU의 중심국 프랑스가 인권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의 면죄부를 받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홀대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자신만만한 유럽행의 또 다른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사우디의 위상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타격을 입은 유럽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리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사우디는 바이든 대통령의 증산 요구에도 냉랭하게 반응해 몸값을 부쩍 올린 터다.
미국과 EU가 러시아 정부의 '돈줄'인 에너지 부문을 강력히 제재하려면 사우디의 원유 증산 약속이 뒷받침돼야 유가 급등 우려를 최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슈끄지 사건 이후 서방에서 '잔인한 전제군주'로 전락했던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왕세자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의 실효를 좌우하는 '키맨'으로 위상이 급상승한 것이다.
사우디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압박에 동참하지 않고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일원인 러시아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과거 '미국의 전통적 맹방'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외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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