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모술수 권민우'에 엇갈린 시선.."이대남 화신" vs "2030 자화상"

고병찬 2022. 7. 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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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가 강자예요! 이 게임은 공정하지가 않아요.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27일 "권민우라는 캐릭터는 공정을 입에 담지만, 최고의 실력을 지닌 우영우가 취업할 수 없었던 차별은 보지 못한다. 인국공 사태, 연세대 청소노동자 고소, 전장연 시위 등에서 보듯 소수자 배려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되는 것에 화를 낸 2030 주류남성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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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신드롬]"기계적 공정에 집착하는 이대남의 전형"
"무한경쟁 내몰린 2030 남녀 전반의 모습"
"특정세대 비판 넘어 사회 전반 돌아봐야"
이엔에이 제공

“우영우가 강자예요! 이 게임은 공정하지가 않아요.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7화에서 권민우 변호사가 최수연 변호사에게 얼굴을 붉히며 한 말이다. 그는 우영우 변호사가 이들이 다니는 로펌 대표와 선후배 관계인 아버지 덕에 취업할 수 있었다며 ‘공정’ 문제를 지적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약자’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항변한다.

이 장면이 방영된 뒤 시청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우영우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자로 인식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던 권민우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졌다. 한편에선 권민우라는 캐릭터에 ‘인국공 사태’ ‘연세대 청소노동자 고소’ 등을 통해 한국 사회 공정 담론 논쟁을 촉발시킨 ‘이대남의 화신’이라는 분석을, 다른 한편에선 무한경쟁에 허덕이는 2030세대 전반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SNS)에서는 권민우가 ‘이퀄리즘’을 주장하는 2030세대 남성을 완벽히 반영했다는 분석이 큰 공감을 얻었다. “기계적 공평함, 공정함에 집착하는 이삼십대 남성을 대변하는 아이콘 같다”는 게시글은 4000여회 공유(리트윗)됐다. “공정도 자기 이익을 따질 때만 갖다 쓰는 논리 같다”는 게시글은 1만1000회가량 공유됐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27일 “권민우라는 캐릭터는 공정을 입에 담지만, 최고의 실력을 지닌 우영우가 취업할 수 없었던 차별은 보지 못한다. 인국공 사태, 연세대 청소노동자 고소, 전장연 시위 등에서 보듯 소수자 배려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되는 것에 화를 낸 2030 주류남성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나 권민우라는 캐릭터가 비단 이대남의 화신이 아니라 무한경쟁 속에서 2030세대 전체가 처한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모찬스와 가짜 스펙 논란으로 점철된 조국·한동훈 사태로 ‘불공정’에 대한 거부감을 학습한 2030세대가 오히려 남녀를 가리지 않고 권민우의 모습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펌 대표와 선후배 관계인 아버지를 둔 우영우와 부장판사 아버지를 둔 최수연 사이에서 경쟁해야 하는 권민우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꼭 ‘죽일 놈’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에브리타임’ 게시글)는 의견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다. 대학원생 신지은(24)씨는 “오히려 권민우라는 캐릭터는 이대남만을 대변한다기보단 취업을 눈앞에 둔 계약직이 무한경쟁 속에서 어떻게든 승리를 쟁취하려 아등바등하는 2030세대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다. 이런 과도한 경쟁심리는 여성 캐릭터에게 부여됐어도 현실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권민우라는 캐릭터를 특정 세대에 한정하기 보다 권민우식 주장이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을 살피자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한아무개(26)씨는 “권민우라는 캐릭터는 현실 속에 존재할 법한 악역을 그린 것일 뿐 특정 세대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권민우가 상징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공정 담론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문학)는 “권민우를 특정 세대로 지칭해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 극한경쟁에 내몰린 2030세대가 맥락이 사라진 공정 담론을 들고나오는 배경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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