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질문이 낯설게 바뀌었어요! [SynchroniCITY]
현모 안 그래도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라 저도 다시 검사해봤어요!
영대 저는 원래 ENFP(재기발랄한 활동가)였는데, 이번에 신기하게도 INFP(열정적인 중재자)로 나오더라고요.
현모 오, 방송 활동 많이 하셔서 바뀌었나 보네요.
영대 방송을 많이 하면 바뀌나요??
현모 ㅎㅎㅎ 모르죠. 근데 제가 예전에 ENFP였다가 INFP로 바뀌었을 때 사람들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스트레스 많이 받고 인간관계에 시달리면 E가 I로 바뀔 수 있다고.
영대 아하! 외부로 좀 드러나는 일을 많이 하다 보면 그렇게 내향적으로 바뀔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이 부분이 헷갈려요. 내향성과 외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요.
현모 ㅎㅎㅎ 간단해요. 나에게 아무런 의무도 제약도 없을 때, 온전한 자유의지가 허락됐을 때 내 마음의 안테나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따지면 돼요. 방향이 외부로 향하면 외향적인 거고, 내부로 향하면 내향적인 거죠.
영대 아, 혼자 있을 때!
현모 그죠. 어떠한 직업적 임무나 사회적 역할, 시공간적 제한도 주어지지 않았을 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해요. 그렇게 온전히 나로 존재할 때 내가 홀로 가만히 생각하고 내면에 집중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지, 아니면 연락처를 뒤지면서 전화를 걸고 누군가와 함께 에너지를 충전하는지가 핵심이죠.
현모 ㅎㅎㅎ 완전 격하게 이해해요.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직업적으로는 큰 무대에서 진행을 하고, 사회적으로 원만하게 사교도 하고 도리도 다하고, 방송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아내와 며느리로서 주어진 여러 소임을 수행하죠. 반면 바라보는 시선이 없을 때, 조금이라도 자유시간이 생겼을 때 저는 철저히 내면으로 들어가요. 그게 저에겐 최고의 휴식이니까요. 그러니까 사교적인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잣대로 삼으면 안 돼요. 사회성이나 소셜스킬이 아주 출중해 그것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해도, 그것과 별개로 홀로 남겨졌을 때 자연스레 어디에서 에너지 자원을 끌어오느냐가 관건!
영대 이럴 수가! 궁금증이 완벽히 해소됐어요.
현모 배우나 가수, 개그맨 중에도 내향성이 강한 이들이 무척 많잖아요. 평소엔 나 홀로 산책을 하거나 사색하고, 독서하고, 영화 보며 자양분을 내면에 충분히 담아놨다가, 카메라에 불이 켜지거나 객석이 채워지면 상대를 압도할 정도의 카리스마로 연기를 펼치죠. 만약 누군가의 외향/내향성을 사회적 롤(role) 안에서 능력치로만 판가름하면 같은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은 다 같은 성향이게요?
영대 전 그럼 정말 내향형의 인간이 맞아요. 이제야 확실한 답을 찾았네요!
현모 MBTI만 주제가 되면 제가 계속 본의 아니게 꺼내는 단어라 죄송한데, ㅋㅋㅋ 한국 '40대 중반 남성'은 자신의 기질을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아요. 태어나면서부터 아들로 혹은 장남으로, 또 성인이 되면서는 선배로 가장으로 직장상사로 너무나도 다양한 상대적 관계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죠. 그런 모든 껍질을 제거한 '나'라는 알맹이에 대해서는 경험해보거나 고찰해본 기회가 적거든요.
영대 그죠. 전 그동안 제가 왜 적잖은 경험으로,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면 기가 빨린 듯한 상태가 되는지 의아했어요. 예를 들어 절친한 사이인 현모 님이랑은 밤새 떠든다 해도 피곤하지 않을 거 같은데, 대부분의 어중간한 관계에서는 나만 기운이 소모되고 뺏긴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현모 알죠. 저도 서먹하지 않게 배려하느라 먼저 나를 드러내고 웃기고 보여주는 편인데, 그게 일방적인 노력에 그치는 거 같을 때면 허탈하고 자책도 하고 그래요.
영대 그렇다고 단순히 친분 수준이나 말의 양 때문만은 아닌 거 같고, 이유가 뭘까요?
현모 음, 제 개인적인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특히 상대방에게 평가 레이더가 켜져 있는 거 같을 때 더 그렇더라고요. 말이 곧이곧대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상대편이 끊임없이 속으로 그 이면을 분석하고 계산하고 심사하는 분위기일 때 확실히 기운이 소진돼요. 우리는 서로를 잘 알기 전부터도 그냥 처음부터 말을 있는 그대로 주고받았잖아요.
영대 맞네요! 가만 보면 꼭 의견이나 취향이 서로 잘 맞느냐 아니냐도 포인트는 아닌 거 같아요. 어쩔 땐 내 얘기에 무턱대고 맞장구치고 공감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면 상대가 내용을 똑바로 듣지도 않고 저와 친해지려고 그런 것일 때도 있고요.
현모 저도 영대 님 말씀하실 때 항상 엄청나게 공감하는데….
영대 그건 진심으로 공감할 때고, 아닐 때는 재차 확인하고 반문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게 오히려 경청하고 있다는 증거인 거 같아요.
현모 ㅎㅎㅎㅎ 하긴 제가 공감 안 될 때는 데시벨이 현격히 낮아지죠.
영대 비슷한 원리로, 아무리 우호적인 바이브라 해도 계속해서 칭찬하거나 꾸미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상황도 저는 힘들더라고요.
현모 보통 나에게 판단 평가의 눈이 발달해 있으면 똑같이 상대도 나를 평가할 거라는 의식이 지배적이거든요. 그러니 계속해서 좋은 것, 괜찮은 것만 제시하는 거죠.
영대 매우 격하게 동의해요. 비록 참여자들이 대놓고 평가를 하진 않아도 물밑에서 은근히 스캐닝과 스크리닝을 하면 불편한 거 같아요.
현모 ㅋㅋㅋ 코로나19로 마스크가 일상화된 건 지지난해부터지만, 알고 보면 인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갖 마스크를 겹겹이 쓰고 살아온 셈이죠.
영대 리뉴얼된 MBTI 검사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뭔가 상담을 받은 기분이네요. 아니, 그래서 현모 님은 결과가 어떻게 나온 거예요? 똑같아요?
현모 저는 MBTI의 세계관 자체가 흔들렸어요.
영대 헐!!! 확 달라지셨어요?
현모 지금까지 제 정체성의 일부로 여겨왔던 MBTI가 이렇게나 낯설게 바뀌다니….
영대 엇, 어떻게 나왔는데요??
현모 끄응… 비밀로 할래요.
영대 엥??? 갑자기???
현모 그사이 MBTI가 너무 유행하면서 우려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어디까지나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수단으로 개발된 툴인데, 점점 남을 섣불리 재단하고 배제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거 같아서요.
영대 하긴 우리는 어디까지나 재미이자 놀이로 하는 거지만, 요새는 심지어 채용 시에도 참고자료로 쓴다 하고, 결혼 전 배우자를 가리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한다잖아요!
현모 어머, 말도 안 돼! MBTI가 얼마나 가변적인데요. 내가 산증인!!
영대 궁금해 미치겠다.
현모 왜요. 교통사고 나면 수혈이라도 해주시게요? ㅎㅎㅎㅎ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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