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산업, 10년 뒤에도 수익 내기 어려워
●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이제야 태동
● 미국·러시아는 물론이고 일본과도 기술격차 10년
● 항공·우주 인력 양성 세부 계획 없어
● 수익보다는 기술격차 생각하며 투자해야
AWS(아마존웹서비스)의 항공·우주·위성사업을 이끄는 클린트 크로저 총괄은 7월 7일 한국 언론 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6월 21일 누리호가 2차 발사 만에 대기권을 뚫고 정상궤도에 안착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로켓이 우주길을 열었다. 이로써 한국은 7대 우주 강국에 올랐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도 우주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과기부는 누리호 발사 관련 기술을 민간기업에 무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우주산업 전반에 대한 전폭적 지원도 계획돼 있다. 과기부는 7월 7일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체계 종합기업 선정계획안'(이하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을 심의·확정했다. 이 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총 6873억8000만 원을 투자해 누리호를 반복해 발사하고,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게 된다.
기적이 일어났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예정돼 있으니 일각에서는 10년 뒤엔 한국형 스페이스X가 출범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스페이스X는 2002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이다. 세계 최초 상용 우주선 발사 성공, 발사체 착륙 성공 등으로 이름을 알린 곳이다.
항공·우주산업 관계자들은 "한국형 스페이스X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한국 우주산업은 이제야 태동이 시작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순수 국내 기술로 발사체 개발에 성공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우주산업 선진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일본과 기술격차 10년 넘어"
그만큼 기술력의 차이도 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20년 발표한 기술수준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항공·우주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의 기술력을 100%라고 가정했을 때, 한국의 기술력은 60%에 불과하다. 유럽은 92%, 일본과 중국은 각각 85%. 보고서는 한국이 미국의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18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교적 기술격차가 적은 일본과 중국을 따라잡는 데도 10년이 걸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관계자는 "그나마 최근에 자체 개발 발사체를 쏘아 올린 국가가 일본인데 그마저 한국보다 10여 년 넘게 앞섰다"며 "이 격차를 따라잡으려면 정부 부처의 적극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외연은 이 보고서에서 "2020년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전년 대비 5.9% 늘었으나 전체 연구개발(R&D) 예산 대비 우주 관련 예산의 비중은 2016년부터 계속 감소해 왔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우주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시장경쟁을 통한 기술력 축적과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은 예산에도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자 정부는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6일 대전 항우연에서 간담회를 열고 "우주자원 채굴, 우주교통 관제 등에 과감히 도전하고 관련 산업을 지원하겠다"며 체계적 지원을 위한 항공우주청 설치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2031년까지 달 착륙선을 개발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참여도 확대하겠다"고도 말했다.
우주산업, 경쟁보다 협력할 때
이들은 정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사업 선정을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KAI 측도 "항공·우주 분야에서의 다년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사업 선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선정과 무관하게 두 업체의 협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사체 전반을 담당할 만한 기술을 가진 회사가 국내에는 없다"며 "사업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지, 결국 두 회사를 중심으로 국내 우주산업 업체들이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우주 관련 학계 관계자는 "한국 우주산업은 점유율 경쟁을 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우주라는 새로운 시장을 각 기업이 협력을 통해 개척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우주개발 인력, 태부족
누리호 기술이 민간으로 완전히 넘어와도 우주산업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1980년대 말 한국에서 항공기업 붐이 일었으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대부분의 기업이 항공기 개발을 포기했다"며 "우주산업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향후 20년간은 수익을 바라보지 않고 투자만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군 출신 항공·우주업계 관계자는 "우주산업은 국방산업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 우주 영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정부에서 적극적 지원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업계 관계자들은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인력 양성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KAI 관계자는 "우주개발 선진국을 보면 국책연구기관의 인력이 민간 우주산업계로 수혈되는데, 한국은 국책연구기관 인력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하다"고 밝혔다. 누리호를 개발한 항우연의 우주개발 인력은 800여 명. 반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개발 인력은 1만7000명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1500명의 개발 인력이 있다. 중국은 우주개발에만 30만여 명의 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우주청이 우주개발 인력 양성도 맡을 계획이나 아직 구체적 방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항우연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의 협력이 있어야 인력을 늘릴 수 있다"며 "현재 대규모 인력 증원 등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8월 중 발사체 특화지구를 선정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선정된 지역의 대학과 연계해 전문 인력을 상시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당장 가용 인력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관련 연구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발사체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수년간 관련 분야를 연구한 엔지니어들이 참여하는 것이 우주산업"이라며 "미래를 위한 인력 양성도 중요하지만 당장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 서비스부터 차근차근 발전시켜야
한국이 강화해야 하는 분야는 위성 서비스다. 위성 서비스는 위성망을 이용한 서비스업이다. 대표적 예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이 사업은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 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지구를 관측할 수 있고, 위성 데이터를 통해 자동항법장치를 개선할 수도 있다.
안재명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초고성능 위성 1~2대를 운용하는 것보다 작은 위성 100개를 운용하는 편이 지금의 우주산업 시장에서는 유리하다"며 "한국의 특기인 정보통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위성 서비스를 개발하면 우주산업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연구소도 앞서의 보고서를 통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지상 장비업체와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큰 위성 서비스 분야의 유망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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