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백악관 오면 강제로 같이 식사"..바이든 농담한 까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SK그룹이 반도체와 바이오 등을 포함해 220억달러(한화 약 29조원)의 대미 신규 투자를 발표한 데 대해 "역사적 발표(historic announcement)", "획기적 발표(pathbreaking announcement)" 등의 표현을 써가며 극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면담을 화상으로 진행한 데 대해 미안함을 표시하며 농담까지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최 회장과 화상 면담을 통해 SK그룹의 미국 내 220억달러의 신규 투자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최 회장과 대면 면담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화상 방식으로 미팅을 대신했다.
백악관 관저에 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최 회장 등 SK그룹 인사들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백악관 회의실에 각각 자리해 화상 면담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상을 통해 최 회장을 영어 이름인 '토니'라 부르며 인사를 나눈 뒤 "내가 당신(최 회장)의 오른쪽에 가까이 앉아야 했다. 내가 그곳에 없어 사과드린다"면서 "저는 겨우 200야드(180m) 밖에 안 떨어져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디스 위원장이 SK그룹의 신규 투자 발표를 위해 최 회장에게 먼저 발언권을 준다고 하자 최 회장에게 "큰 발표다. 필요한 만큼 시간을 사용하시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에 220억달러를 신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밝힌 7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분야 투자를 포함하면 대미투자액은 총 300억달러에 육박한다.
SK측 설명에 따르면 신규 투자액 220억달러 가운데 150억달러는 반도체 분야에 쓰인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금을 활용해 미국의 대학교를 선정하고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을 할 계획이다. 또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을 새로 설립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서부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는 R&D 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반도체 R&D 투자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만 그치지 않고 SK하이닉스의 기술력 강화로 이어져 메모리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SK그룹은 설명했다.
SK는 첨단 소형 원자로 등 그린 에너지 분야에도 50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미 SK와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협력'(MOU)을 체결하고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SK는 테라파워와 SMR 공동 기술개발 및 구축, 마케팅 등 다양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SK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바이오 분야에도 20억달러를 투자한다. 앞서 SK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지주회사로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팜테코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인 'CBM'(The 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s)에 3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최 회장의 발표가 끝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큰 사업이다. 정말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여러분과 직접 함께 있진 않지만 이 역사적인 발표에 감사드린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획기적인 발표는 미국과 한국, 그 동맹들이 (협력의 길로) 되돌아왔고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준다"며 "SK그룹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대기업이다. 제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미국에 상당한 투자를 해 왔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SK의 투자로 "2025년까지 미국 일자리가 4000개에서 2만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SK가 포드와 인텔과 같은 상징적인 미국 회사와 제휴를 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미국이 기업을 위해 개방돼 있다는 추가적 증거"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번 발표가 미국이 다시 동맹들과 협력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며 "우리의 기술과 혁신을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두 나라 모두에게 필요한 중요한 변화를 창출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투자에 대한 감사의 뜻과 대면 회담을 갖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거듭 표하면서 향후 최 회장이 백악관을 방문할 경우 반드시 집무실에서 식사를 같이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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