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F-21 띄운 KAI 차기 사장은? 내부 전문가 vs 낙하산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2022. 7. 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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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존 최강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 4발을 달고 이륙하는 KF-21

지난 19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활주로에서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이 역사적인 초도 비행을 마쳤습니다. KF-21의 성패를 판가름할 4년 2천2백 회 비행 시험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방산업계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KF-21 초도 비행의 큰 산을 넘자마자 KAI는 또 중차대한 순간을 맞습니다. KF-21 비행 시험 기간을 포함해 앞으로 3년간 KAI를 이끌 8대 사장 결정의 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다음 달 초중순이면 차기 사장의 윤곽이 나옵니다.

역대 사장 7명은 정치권력이 내려보낸 이른바 낙하산들이었습니다. 수출입은행 지분 26%의 '덫'에 걸린 KAI의 낙하산 사장 임명에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한 적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분위기는 좀 다릅니다. 군과 방산업계에서 "절체절명의 KF-21 비행 시험과 체계개발의 완벽 성공을 위해 항공우주 전문가가 KAI를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KAI의 최대 주주 수출입은행도 사상 최초로 내부 승진을 통해 차기 행장을 선정했습니다.

비전문가 낙하산과 전투기 개발·마케팅에 정통한 KAI 내부 전문가의 갈림길에서 많은 후보들이 떴다 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내부 인사로는 안현호 현 사장, 그리고 KAI 전투기 개발과 마케팅의 쌍두마차 류광수 부사장, 조종래 상무 등이 후보로 거론됩니다. 낙하산 후보는 대선 안보 캠프 출신들 일색입니다. 안보 캠프 출신의 KAI 낙하산 시도는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3인 내부 인사들…안현호, 류광수, 조종래

(왼쪽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안현호 사장, 류광수 부사장, 조종래 상무

안현호 현 사장은 최근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펼치며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경공격기 FA-50 1천 대 수출 목표를 내걸고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 이어 현재는 폴란드에서 수출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고등훈련기 시장도 공략할 참입니다. KAI의 한 중견 직원은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듯 '수출 전쟁' 중의 KAI 사장은 연임돼야 한다", "비록 낙하산 사장이지만 현재는 엄연한 내부 전문가"라고 말했습니다.

류광수 부사장(고정익사업부문장)은 서울대 항공공학과 출신의 베테랑 엔지니어로 1988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이래 35년간 전투기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FA-50과 KF-21 개발의 산증인으로 불립니다. 2016년부터 시작된 KF-21 체계개발을 진두지휘했고, 지난 19일 초도 비행 성공의 스포트라이트도 류 부사장에게 집중됐습니다. 방사청의 한 고위직은 "앞으로 4년간 진행될 KF-21의 비행 시험에 정통해 KF-21의 성공이 류 부사장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했습니다.

조종래 상무(고정익사업그룹장)는 영남대 전자공학과 출신의 엔지니어로 KF-21과 FA-50의 개발과 마케팅에 폭넓게 참여했습니다. KF-21 관련 기술의 미국 수출 승인(EL·Export License)을 끌어냈고, 인도네시아가 KF-21 분담금 2천2백억 원을 내놓게 한 장본인입니다. 협상과 마케팅의 마스터로 통합니다. 작년 11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KAI 사천 본사를 방문했을 때 KAI 임원들 중 유일하게 조 상무만 자진 불참한 에피소드로 유명합니다. KAI의 한 임원은 "KAI 개혁의 적임자인데다 협상·마케팅 영어 실력도 발군"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안보 캠프가 노리는 낙하산

KAI 사장은 고액 연봉에 3년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라 탐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역대 KAI 낙하산 사장은 정권의 경제 라인을 타고 내려갔습니다. 이번에는 윤석열 대선 본부의 안보 캠프의 권세가 강했는지 안보 캠프 출신들이 KAI 8대 사장 후보 하마평에 많이 오르내렸습니다.

우선 예비역 장군이 3명입니다. 김용우 전 육군 참모총장, 이왕근 전 공군 참모총장, 강구영 전 공군 참모차장 등입니다. 강구영 전 참모차장은 예비역 4성인 김 전 총장, 이 전 총장과 달리 예비역 3성임에도 선두를 달렸습니다. 윤석열 안보 캠프의 주축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 포럼'에서 위원장을 역임한 이력에, 문재인 정부에서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도전한 과거로 논란이 됐습니다.

윤석열 대선 본부에서 안보정책본부장을 지낸 백승주 전 국회의원과 KAI 전 부사장인 A 씨도 후보군에 포함됐습니다. 백 전 의원은 국방차관 출신의 안보 전문성을 강조했고, A 씨는 KAI '올드 보이'로 KAI에 대한 이해도를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최근 A 씨가 두각을 나타냈는데 70대의 나이와 잇따라 3개 정권에서 KAI 사장을 노렸던 전력이 알려지면서 뒤처지는 분위기입니다.

낙하산 후보들의 경쟁력은 객관적으로 KAI 내부 인사들보다 뒤집니다. 낙하산 후보 몇 명은 이미 대통령실로부터 퇴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기 사장 내정자가 정해지는 다음 달 16일 KAI 이사회를 며칠 앞두고 새로운 낙하산 후보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내부 전문가 등용으로 KF-21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느냐, 비전문가 낙하산 투하로 정치적 힘이 이기느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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