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먹을까, 왜 매일 자야 할까'.. 생활 속 숨어있는 과학의 발견

노성열 기자 2022. 7. 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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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과학 - 1. 서문

음식·요리·술 등의 세계에서

과학의 원리 찾아 쉽게 설명

AI 관련 윤리적 기준도 탐색

오늘부터 ‘살아있는 과학(Living Science)’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과학은 외딴 연구소의 실험실에 숨어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보통 사람도 일상생활에서 과학과 매일 마주칩니다. 보고 듣고 먹고 자고 울고 웃는 행동과 감정, 살아가는 이 모든 것이 과학이지요. 문화일보 과학면은 앞으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삶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있는 과학의 숨은 발견과 지식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과학의 생활화, 일상의 과학화를 지향하는 것은 한국 사회 전체의 과학 문해력(literacy)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과학은 더 이상 과학고와 공대를 나온 이과생들만의 전공과목이 아닙니다. 과거 20세기 교양인의 필수과목이라 불리던 ‘문사철’, 즉 문학·역사학·철학도 과학의 실증적 성과와 상상력에 힘입어 문리(文理) 통합 또는 융합형 지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학과 인문학이 마치 건널 수 없는 강을 마주한 2개의 왕국처럼 따로 떨어져 고립되거나 대치하는 모습은 20세기의 뒤떨어진 추억일 뿐입니다. 글로벌 선진국들의 정치, 경제, 사회 분야 의사 결정은 과학적 실증지식에 바탕을 둔 증거 기반(evidence-based)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초입의 인류 사회는 이미 과학기술 패권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원시 부족국가를 거쳐 근대 민족국가가 형성된 이래, 강한 군사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력이 공동체의 존망을 좌우한다는 게 그동안의 일반상식이었습니다. 부국강병이라는 힘의 논리가 오랜 세월 동안 세계를 지배해 왔습니다. 이제 국력은 지식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정보는 금방 무기로 변하고 돈으로 바뀝니다. 군사력과 경제력은 특히 우수한 과학기술 지식에 뿌리를 박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양자기술(QT) 분야의 최신 과학 논문들을 쏟아내는 과학 선진국이 산업 선진국으로, 군사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심지어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는 음악, 영화와 드라마, 미술 등 문화예술계의 소프트파워마저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Metaverse), 가상현실(VR) 같은 첨단 과학기술의 지원 없이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쏴대는 배경에는 과학기술 선점을 통한 국력 확대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습니다. 바야흐로 과학의 전성시대입니다. 이런 거대과학뿐 아니라 일상 속 소소한 생활에도 과학은 살아있습니다.

과학은 맛있습니다. 식욕은 인간의 첫 번째 욕구라고 하지요. 맛난 음식을 먹고 얼큰하게 술에 취하는 식생활 속에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음식과 요리, 술의 세계에서 찾아낸 과학의 원리를 차례로 알아봅시다. 우리는 왜 먹는 것일까요. 먹는다는 행위에는 생존, 번식, 영양분의 저장이라는 생물학적 목적과 더불어 기왕이면 맛있게, 즐겁게, 행복하게 먹으려는 문화적 욕구가 혼재돼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먹을까요. 인간이 섭취하는 식물과 동물성 식재료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3대 영양소에다 비타민, 무기질 같은 조절 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요리는 무엇일까요. 자르고 다지고 으깨는 물리적 변형과 굽고 찌고 튀기는 화학적 변화를 수반한 행위죠. 요리의 과학을 알아봅니다. 그럼 맛과 향은 어떻게 느낄까요. 무엇을 맛있다고 판정하는 것은 결국 뇌입니다. 입으로만 먹지 않고 눈, 코, 귀의 오감으로 먹고 최종적으로는 뇌로 먹는 과정을 알려드립니다. 건강하게 잘 먹고 현명하게 마시는 방법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왜 매일 자야 할까요. ‘작은 죽음’이라는 잠은 동물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안 자면 어떻게 될까요. 푹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아있는 과학’에서 수면에 얽힌 과학적 최신 지식, 잠의 과학을 요약해드립니다. 이 밖에 우리 일상으로 깊이 침투한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사회적 제도 설계, 윤리적 기준도 알아봅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 생활 속 살아있는 과학의 다양한 주제를 차례로 다뤄 보겠습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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