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벌레의 섬모 모방.. 나노로봇 미세한 이동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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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모(纖毛)는 세포 표면에 돋아난 미세 털을 말한다.
마이크로 또는 나노 크기의 세포 운동기관으로, 폐나 뇌세포에서 한 방향으로 이물질이나 액체를 밀어내는 움직임을 구현한다.
섬모는 액체 속에도 움직임이 자유롭고, 작은 외부 힘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다양한 기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먼저 섬모 가닥을 돋아나게 하고 싶은 위치에 니켈 금속 조각을 배열한 뒤, 위에서 자성 나노입자를 흩뿌려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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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ience - 울산과학기술원 정훈의 교수팀 인공섬모 제조 기술 개발
니켈 배열뒤 자성 나노입자 뿌려
자기력 이용 자가 조립법 개발
373㎚ 입자를 최대 54개 쌓아
가로·세로비율 종횡비 50이상
합성된 인공섬모중 최대 높이
초미세 구동장치 개발에 도움
섬모(纖毛)는 세포 표면에 돋아난 미세 털을 말한다. 마이크로 또는 나노 크기의 세포 운동기관으로, 폐나 뇌세포에서 한 방향으로 이물질이나 액체를 밀어내는 움직임을 구현한다. 짚신벌레가 다리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섬모 덕분이다. 이런 자연 섬모를 원하는 형태로 쉽게 합성할 수 있는 인공 섬모 제조 기술이 개발됐다. 미세한 구조물 속에서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운동 능력을 부여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학과 교수팀은 나노미터(㎚·10의 마이너스 9승) 크기 자성 입자를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섬모 구조를 가늘고 길게 합성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 섬모를 구동 장치(액추에이터)로 쓰는 나노로봇 등의 개발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자가조립 인공 나노 구동장치(Self-Assembled Artificial Nanocilia Actuators)’란 제목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지난 6월 16일자로 출판됐다.
섬모는 액체 속에도 움직임이 자유롭고, 작은 외부 힘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다양한 기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코나 폐의 섬모가 하늘하늘 흔들려 액체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불순물을 밀어내거나 짚신벌레가 섬모를 노 젓듯 움직여 이동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섬모를 모방해 미세 기계의 구동장치로 쓰려는 연구가 활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섬모 구조는 액상 원료를 틀에 넣어 찍는 등의 기존 몰딩 방식으로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게 만들기 어렵다. 소형화가 가능한 자가조립 방식은 주로 액상에서 모세관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이행돼 수직 구조물을 만들기 어렵다. 특히 폭이 좁고 세로로 긴 막대 형태의 제조는 더 까다롭다.
이에 연구팀은 자기력을 이용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자가조립 합성법을 개발했다. 먼저 섬모 가닥을 돋아나게 하고 싶은 위치에 니켈 금속 조각을 배열한 뒤, 위에서 자성 나노입자를 흩뿌려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는 방식이다. 니켈 주변에 형성된 강력한 자기력이 자성 나노입자를 잡아당기는 원리다. 자기력이 주변에 있을 때 니켈 같은 강자성체 근방에서 자기력이 강해지는 현상을 활용하되 국부적으로 정밀 제어하는 기술이다. 나노 입자 간에는 입자 내부의 자기쌍극자가 정렬되는 현상에 의해 조립된다. 이는 클립을 자석에 이어 붙이는 원리와 흡사하다. 원래 클립끼리는 붙지 않지만 클립을 자석에 붙이면 클립 뒤에 새로운 클립을 순차적으로 이어 붙일 수 있다. 실험에서 니켈은 자석과 같은 역할을 했다. 정교하게 설계된 자기력 덕분에 나노 입자가 알아서 원하는 형태로 조립된다. 결과적으로 고(高) 종횡비의 섬모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 합성법은 수직 방향으로만 자성 나노입자가 쌓일 수 있도록 나노입자를 에어로졸 상태로 분사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액체 방울(에어로졸)에 자성 나노입자를 가둬 미리 설계된 자기력 외에 다른 외부 힘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액체는 날아가면서 증발한다. 연구팀은 새로운 기술로 실제 지름이 373㎚인 입자를 최대 54개까지 쌓았다. 가로와 세로의 비율인 종횡비가 50 이상으로, 이제껏 합성된 인공 섬모 중 가장 높다는 설명이다. 완성된 인공 섬모는 자성 나노입자 표면에 코팅된 올레산 덕분에 베어링 없이도 매끄럽게 미끄러지면서 움직일 수 있었다. 올레산이란 기름이 나노입자 사이에서 마치 베어링처럼 부드럽게 연결하는 작용을 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몸 안에 투입 가능한 나노 로봇,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초미세 구동 장치 개발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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