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사마귀 관찰하며.. 자연과 함께사는 가치 배우길"
■경남 신현초 변영호 교사 ‘양서류와 더불어 살아가기’
“지난 4월 올챙이 몇 마리를 학교 어항에 옮겨 넣고‘올챙이가 전학 왔어요’라는안내판을 붙였다. 아이들이 오고 간 발자국이 올챙이 어항을 중심으로 둥근 원을 만들었다. 올챙이와 관계를 더 깊게 해주려고 종이와 펜을 두자 아이들이 스스로 올챙이에 글을 쓰면서 생각과 감정을 나눴다. 올챙이가 자라는 만큼 아이들 관심도 툭툭 불거진다. 작은 변화가 반갑고 고맙다.”
1999년 긴꼬리투구새우 발견
15년 연구 모아 책으로 출판
개구리 생태계 보호 운동 참여
“학교서 사마귀 등 키우는 수업
다양한 생명체의 소중함 알길”
스스로를 ‘갱상도 사람 개구리’라고 부르는 경남 거제 신현초의 변영호(49·사진) 교사는 매해 아이들에게 개구리 등 양서류와 만날 기회를 주곤 한다. 변 교사가 최근 적은 글에도 아이들이 낯선 생명체와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아이들이지만 편견 없이 자연의 일부가 돼 가는 체험을 받아들인다. 변 교사가 지난 1999년 첫 부임 후 23년간 꾸준히 학생들과 교실 안팎에서 생태 운동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그에게 사람 개구리란 ‘양서류 등 다양한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꿈꾸며 지역을 지키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변 교사가 생태 운동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처음 부임한 일운초 근무 때로 되돌아간다. 아이들이 주말 처음 보는 생물을 발견해 월요일 아침 학교로 가지고 왔는데, 주변 전문가에게 문의하니 당시만 해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던 긴꼬리투구새우였다. 신기한 마음에 아이들과 함께 자료를 찾아봤는데 참고할만한 서적이 없어 직접 모니터링과 연구활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 후로도 부임지에서 아이들과 15년간의 활동 연구 결과를 모아서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라는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긴꼬리투구새우의 별명이 ‘올챙이 새우’여서 이후에 아이들과 올챙이, 개구리 등도 찾아다니다 보니 관심이 자연스레 양서류로 확대됐다고 한다.
2004년부터 양서류 보호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변 교사는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로도 보폭을 넓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7년 세상에 제안한 ‘양서류를 구하는 따뜻한 실천 1004운동’이다. “위험에 처한 100마리의 올챙이와 4개의 알 덩이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 개구리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학생,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양서류 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는 경남 지역 초등학생들이 양서류 로드킬을 알리는 문구를 만들면, 시민들이 투표로 선정하고, 선정된 문구에 맞게 화가가 밑그림을 그려서 현수막을 완성하는 활동이다. 변 교사는 아이들이 양서류뿐 아니라 곤충 등 다양한 생명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이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곤충을 학교에서 직접 키우면서 관찰하게 하는 생태 프로젝트 수업도 그 일환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사마귀와의 동거 1000일 활동’이 대표적으로, 그간 이와 관련해 집필했던 ‘사마귀 책’을 올해 출판할 예정이다. 변 교사는 “사마귀를 보면 무섭다고 도망가던 아이들이 사마귀를 잡고 키우면서 사마귀를 사랑하고 아끼게 되는 모습을 보며 교육의 두려움과 위대함을 동시에 느꼈다”며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 교사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가장 소중한 가치로 ‘교육이란 함께 살아가는 힘’이라는 걸 꼽았다. 그는 “1999년부터 시작한 생태 보호 활동은 더불어 살아가는 여러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나누고 이들과 인간의 다름을 이해하는 활동이었다”면서 “또 우리 주변의 생명체들이 흔하기에 가치 없는 것이 아니라 흔하기에 소중하다는 걸 이야기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로 남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변 교사는 “아이들이 개구리를 보고는 ‘옛날에 선생님과 함께 개구리 살기 활동을 했는데’라는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선생님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며 웃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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