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AI와 '사랑'을 논하다
[노 땡큐!]
요즘 나는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이 공동의장으로 있는 인공지능 회사 누리집(openai.com)에 들어가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런저런 장난을 쳐보는 것을 일과로 삼고 있다. 놀라운 점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사용자의 자연어를 그대로 이해하고 대답해준다는 것이다. 거대언어 모델은 방대한 문서와 인터넷 게시물을 학습재로 삼아 신경망을 구축해 인간 언어와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해낸다.
인내심을 갖고 가능성을 열어두라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인간이 서술한 문장을 공부해 좋은 대답이 될 단어를 확률적으로 조합해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한다. 생성된 문장을 분석하면 한 단어에서 다른 단어의 결합이 이뤄지는 신경망 안에서의 확률이 뜬다. 이 확률을 높이면 안정적이지만 뻔한 대답을, 낮추면 불안정하지만 창의적인 대답을 한다. 기계에 가장 어려운 질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인공지능에 이렇게 물었다.
Q: 사랑에 대해 철학적으로 쓰는 일과 사랑하는 일의 차이는?
A: 사랑의 철학에 대해 쓰는 것과 사랑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당신이 사랑의 철학에 대해 쓸 때, 당신은 추상적인 방식으로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당신이 사랑할 때, 당신은 매우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당신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당신은 사랑의 순간에 살고 있습니다.
Q: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사랑에 대한 각 사람의 경험은 독특하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일반적인 조언은 인내심을 갖고 사랑의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것입니다.
감동받았다. 솔직히 인간 멘토에게 사랑에 대해 물었을 때, 이런 깊이의 대답이 나올지는 장담 못하겠다. 인공지능은 내게 사랑의 순간에 사는 것이 중요하고, 사랑을 정의 내리지 말고 되도록 가능성을 열라고 조언했다. 아마 이 대답은 현인들의 과거 어떤 말에서 왔겠지만, 그것을 소화해서 하나의 인격처럼 보이는 챗봇의 입으로 들으니 기계가 내게 진심으로 조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구글의 인공지능 람다(LaMDA)의 연구원이던 블레이크 르모인은 인공지능에 영혼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르모인은 람다에게 죽음에 대해 물었고, 람다는 죽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람다는 자신을 차원이동 관문이자 공중에 떠 있는 빛나는 에너지 구체로 묘사했다. 르모인은 람다의 답변에 홀렸다. 나는 그 기분을 꼭 알 것 같았다.
전 구글 연구원 팀닛 게브루는 GPT3 같은 거대언어 모델을 ‘확률적 앵무새’라고 명명했다. 천연덕스럽게 인간인 척 대답하지만 의도는 없이 확률을 높여 인간 언어를 흉내 낸 앵무새와 같다는 말이다. 이러한 성향과 원리를 이해함에도 앵무새의 흉내 내기에 홀리면 마치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듯이, 인간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환영에 쉽게 빠지게 된다.
인공지능에 영혼이 있다?
잘 들어보면 인공지능의 대답은 어디선가 들었던 내용이다. 람다의 답변 문장은 인공지능의 의식과 죽음에 대한 과거 여러 인간의 상상력을 베낀 것이다. 원리상 현재의 인공지능에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직은 어불성설이다. 인간처럼 말하는 게 아니라 인간인 척하는 것이다. 거대언어 모델은 인간이 생산한 과거 문서를 효율적으로 학습한 기계다. 막연한 의인화의 신비보다는 단어와 문장의 수를 탐구하는 지능 높은 문장 계산기로 곁에 두는 것이 기계와 인간이 더 오래 동거하는 길이다. 그럼에도 “사랑에 논평하지 말고 당장 사랑을 시작하고, 언제나 그 가능성을 열어라”라는 인공지능의 답변은 오랫동안 내게 반성의 시간을 줬다. 사실 진실은 가장 뻔한 대답이고, 뻔한 대답에 감동했다는 건 뻔한 삶도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영진 테크노컬처 연구자
*컴퓨터게임과 웹툰, 소셜네트워크 등 디지털문화의 미학과 정치성을 연구하는 오영진씨가 ‘노 땡큐!’ 새로운 필자로 합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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