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마음과 선 넘은 2차 가해[렌즈로 본 세상]
2022. 7. 27. 08:25
학생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가 범죄의 장소가 됐다. 여름방학으로 조용해야 할 학교에 조화가 줄지어 놓였다.
지난 7월 18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의 한 단과대학 앞에는 사흘 전 캠퍼스 안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사망한 A씨를 추모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공간 한쪽에 마련된 게시판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곳에선 행복하길 바라”, “잊지 않을게” 등 고인을 애도하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이날 한 단체가 보낸 근조화환 100여개를 학교 측이 돌려보내는 일도 발생했다. 해당 근조화환을 정리하던 학교 측 관계자는 “유가족이 사건이 조명되면서 2차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해 정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추모공간의 국화 꽃잎이 마르기도 전에 유가족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 포털과 특정 사이트 게시판에 A씨의 신상정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찾았다거나 고인을 모욕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익명 뒤에 숨은 2차 가해자들이 나타났다.
인하대는 입장문을 내고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어떠한 경우도 용납될 수 없다”며 “피해자에 대한 모욕은 고인뿐 아니라 학교의 명예도 실추시키는 것이기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글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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