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절실한데..이번에도 국회처리 '암울'
"민주당, 지난 5월 약속한 법개정
후반기 국회서 이행하라"
여당 된 국민의힘, 법개정 외면
공영방송·방통위 흔들기 몰두
민주당도, 공세 맞대응 급급
국회가 지난 25일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후반기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국회를 향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언론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 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모적 논쟁을 없애려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과제를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이날 성명을 내어 국회 후반기 첫 1년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은 ‘후반기 국회 최우선 과제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언론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기억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는 지난 5월24일 민주당 지도부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국회 후반기) 최우선 처리’를 언론노조에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국회 원 구성 협상 기간에 ‘공영방송을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낸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에 대해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답은 간명하다”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와 한국방송본부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같은 날 발표했다.
하지만 언론단체의 바람과 달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공수’가 바뀐 여야 간 입장 차이다. 지난 4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또한 현재의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 등에 많은 한계가 있다는 점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가 다르다. 여당이었을 때 언론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을 매듭짓지 못한 민주당이 뒤늦게 적극적으로 나선 것과 달리, 야당에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지난 5월 국회 전반기 활동 종료와 함께 문을 닫은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미디어특위)에서도 국민의힘은 막판까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대안은 내놓지 않은 채 공영방송의 정의와 법적 지위, 역할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주장을 거듭했다. 결국 여야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포털 규제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며 어렵게 꾸린 미디어특위는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활동을 끝냈다.
과방위에 배정된 국민의힘 의원들이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정작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선 입을 닫은 채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 때리기’, 한국방송 이사 임명권을 갖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흔들기’에 더 집중했던 인사들이라는 점도 지배구조 개선 법안에 대한 여야 논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과방위의 대표적인 피감기관은 방통위와 한국방송, 문화방송 등 공영방송이다.
과방위 여당 간사를 맡게 된 박성중 의원은 지난 15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문화방송의 ‘북한 어민 북송 사건’ 보도가 편향적이었다며 박성제 사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박 의원은 26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선 한국방송의 수신료 징수 방식을 문제 삼으며 “언론노조가 장악한 케이비에스 편파방송 해결 방안으로 수신료 분리 징수안을 (과방위에서) 강력히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퇴를 여러 차례 압박해온 권성동 직무대행도 과방위로 왔다. 권 대행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을 겨냥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14일)이라고 말해 언론노조로부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여당은 두 사람 말고도 박진(외교부 장관)·하영제·김영식·윤두현·홍석준·허은아 의원을 과방위에 배정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한 과제이긴 하나, 여당이 지금처럼 방통위와 공영방송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인다면 1차적으로 여기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태도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를 맡은 조승래 의원은 25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을 가리켜 “공영방송 지배구조 이슈도 중요하지만, 당장 합의제 행정기관의 기관장인 방통위원장을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물러나라고 압력을 행사한다든지, 공영방송을 특정 노조가 장악해서 공정성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누구를 물러나라고 하는 건 정치권력이 언론과 방송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인 만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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