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케이블카 설치 움직임 활발..환경 훼손 우려 여전
환경 단체, 무분별한 개발 반대..사업성 부족 경영난·좌초·포기 속출
(전국종합=연합뉴스) 경관이 뛰어난 전국 곳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데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 수장이 교체된 상황에서 국내 관광에 대한 관심과 구매력을 가진 은퇴 인구가 급증하는 등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고, 지역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리 사업성이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6년 만에 설계 재개…전국 곳곳 '봇물'
강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환경부의 반대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난관에 부딪히다 6년 만에 재개됐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최근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재개해 연말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2015년 양양군이 9억원을 투입해 용역에 착수했지만, 2016년 11월 환경영향평가에서 보완 결정이 내려지고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무기한 중단됐다.
그러나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취임 직후인 지난 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만나 올해 안에 환경영향평가 완료를 조건으로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내년 국비 50억원 반영을 건의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산양에 위치추적기 부착 등을 요구하던 과거와는 달리 환경부도 합리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오색케이블카는 양양군 서면 오색리와 설악산 끝청 하단부 3.5㎞ 구간을 6개의 지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경북 문경시는 신현국 시장이 취임한 이후 자신의 공약인 주흘산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주흘산 관봉에 약 2㎞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으로, 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24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민선 7기 당시 시민단체 반대로 무산된 보문산 케이블카를 재추진하고 나섰다.
이장우 신임 대전시장이 보문산 정상부에 들어설 전망대와 주변 놀이공원(동물원)과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동구 대왕암공원과 고늘지구 간 1.5km를 연결하는 해상 케이블카를 전액 민간투자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리산을 둘러싼 전남 구례군과 경남 산청·함양군, 전북 남원시 등 4개 시·군은 '케이블카 협력'을 추진하고 나섰다.
1990년대부터 번번이 무산됐던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최근 구례군과 산청군의 협의를 통해 정상부까지 차량 통행을 줄이고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노선 등을 논의하며 재추진에 물꼬를 텄다.
앞서 2012년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환경부에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요구했지만, 공익성·환경성·기술성 부적합 등을 이유로 모두 반려된 바 있다.
구례군은 2025년 운행을 목표로 구례읍에서 오산 사성암 인근까지 2.34km 구간에 오산 케이블카 설치도 함께 추진 중이다.
경기 포천시는 대표적 관광지인 산정호수와 명성산 억새 군락지 간 1.9㎞를 케이블카로 연결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시는 지난 4월 민간 사업자와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착공,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5년부터 시작돼 노선 갈등과 행정 절차 지연 등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현재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도심 명산인 황령산 일대에 전망대 조성과 함께 '로프웨이'를 건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민간 사업자와 함께 추진하는 이 사업은 그동안 10년 넘게 미개발로 방치됐던 스노우캐슬을 비롯한 황령산 일대를 새로운 랜드마크로 바꾸는 것이다.
전북 군산시와 새만금개발공사는 고군산군도 일대에 국내 최장인 4.8㎞ 길이의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다.
전주시는 현 우범기 시장의 공약인 한옥마을 케이블카를 추진키로 했다.
이중역에서 아중 호수, 기린봉을 거쳐 한옥마을까지 2.7㎞ 길이다.
'경제 활성화 vs '환경 훼손' 찬반 가열…일부 지역은 운영난
지역 명소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침체한 지역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환경부의 환경훼손 우려로 좌초되거나 환경단체의 반발로 중단된 곳도 적지 않다.
환경단체는 케이블카 설치가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에 추진 중인 보문산 케이블카와 관련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시장이 의지를 다지면 보문산 개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며 "보문산 개발 구상을 실행하려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과 관련해서도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 야생동물 보호구역 훼손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부산 도심 황령산 일대에 추진 중인 케이블카에 대해서도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민운동단체 등은 지난해 부산시와 사업자의 업무협약 이후 "개발 과정에서 산 정상 경관 훼손이 불가피하고 주요 사면 역시 작업 통로 개설 등으로 파괴될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전북 군산의 케이블카와 관련 환경단체는 "신시도를 중심으로 한 고군산군도는 생태적 가치는 물론 지형이나 경관 가치도 매우 높다"며 "경관 훼손, 환경 파괴, 경제성 없는 고군산군도 케이블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케이블카 사업이 좌초되거나 표류하는 곳도 적지 않다.
경남 산청군은 지리산 천왕봉을 최단 시간에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으나 환경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중산관광지에서 제석봉(해발 1천808m)까지 5.4㎞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인데 환경단체의 반발까지 거세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전북 진안군이 추진한 마이산 케이블카는 전북지방환경청과 법원의 제동으로 좌초했다.
전북지방환경청이 "환경적 보호 가치가 매우 높은 마이산의 생태가 훼손되는 데다 생태계 보전, 지형·지질 및 경관자원 보존을 위해 사업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동의 결정을 내렸고 법원도 진안군이 낸 소송에서 환경청의 손을 들어줬다.
울산시의 산악 관광지로 유명한 영남알프스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시도는 20년여 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경기 침체에다 사업성에 대한 의문에 제기돼 장기 표류하고 있다.
경북 울진의 왕피천 케이블카는 경영난을 겪고 있다.
울진군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까지 152억원을 들여 근남면 엑스포공원과 해맞이공원 사이 왕피천 하구에 총길이 715m에 걸쳐 케이블카를 만들어 민간업체에 운영을 맡겨왔다.
이에 따라 2020년 7월 1일부터 업체가 운영해왔지만, 임차료를 내지 않자 가동을 중단하는 우여곡절을 겪다 최근 운행을 재개했다.
경기 화성의 서해랑 제부도 해상케이블카와 춘천의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도 지난해 말 개통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이용객 규모는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종구 손대성 양영석 허광무 장아름 우영식 김재홍 김형우 최해민 백도인 지성호 이상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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