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정비창까지 '트리플 호재' 용산..집값 다시 오르나
대규모 개발로 집값 상승..이촌·한남뉴타운도
매수세 꺾인 상황..단기적 상승 그칠 가능성
서울시가 용산정비창 부지를 업무지구로 고밀개발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 지역 집값이 또다시 들썩이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통 등 인프라가 대폭 확충돼 생활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획을 용산공원 조성과 대통령실 이전에 이은 3번째 대형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
용산은 올해 전국적인 집값 하락에도 드물게 상승세를 유지했다. 다만 최근 한국은행의 빅스텝(0.5% 금리인상) 이후 매수 심리가 위축하며 하락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단기적 호재로 끝날 가능성과 함께 전례 없는 개발계획인 만큼 이같은 하방압력을 초월할 수 있다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용산 집값 다시 타오를까…정비사업도 '훈풍' 예상
서울시는 어제(26일) 용산구 용산정비창 일대를 초고층 건물과 넓은 녹지공간이 함께 있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정부에서 목표로 삼았던 주택공급 대신 국제업무지구를 선택했다.
특히 이곳엔 법정 상한 용적률인 1500%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교육·의료 등의 인프라를 조성하고, 업무와 주거, 여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복합지구로 건립한다. ▷관련 기사:용산정비창, '1만 가구' 대신 국제업무지구로…'용적률 1500% 이상'(7월26일)
용산주민들은 당장 반색했다. 대통령실 이전, 용산공원 개발계획 발표에 이은 대형 호재로 보고 있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이 부지에 공공주택 등 주택공급을 추진했던 것에 강하게 반대해왔던 만큼 벌써부터 기대감이 크다. 도시경쟁력을 높이려는 대규모 개발로 이 지역 집값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용산지역 부동산 커뮤니티 회원은 "주택을 1만 가구에서 6000가구로 축소하고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개발한다고 하니 반갑고 좋다"며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용산정비창 개발계획이 용산지역에 호재라는 데 동의했다. 발표 이후 국지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KTX 노선이 지나가는 용산은 지방 접근성도 우수하고, 광화문으로 이동하기에도 좋아 주거지보다는 중심업무지구로서의 가치가 높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은 이 지역 가치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15만평의 넓은 부지에 고층 상업시설을 확충하면 여의도 등의 소비인구를 흡수하면서 주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이 지역에 부족했던 학교도 계획되는 등 집값 상승에는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한남, 이촌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들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대형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인근 정비사업 또한 발맞춰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이 지역의 대표적 부촌인 이촌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과 한남뉴타운, 남영동 일대까지 부지 주변 크고 작은 정비사업지들이 추진동력을 얻을 것"이라며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집값도 국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0년째 계획만…"일시적 상승에 그칠 수도"
다만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그간 꿋꿋이 상승세를 유지하던 용산도 한국은행의 빅스텝 이후에는 하락으로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1일 기준)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1% 떨어졌다. 서울 평균(-0.04%)에 비해선 하락 폭이 작았지만, 4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이면서 집값 조정기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병철 팀장은 "한국은행의 빅스텝에 따른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탓에 매수세가 이미 꺾인 상황"이라며 "용산은 최근 대통령실, 용산공원 등의 호재로 이미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장기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20년이나 끌어온 사업엔 수요자들도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논의됐다는 점에서 시장이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종 완공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데다 현재 계획만으로는 강남구 삼성동 업무지구를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대표는 "학교가 한두 개 들어선다고 갑자기 교육환경이 좋아지지 않듯이 용산이 대치동과 8학군의 교육 인프라를 가진 삼성동을 뛰어넘기는 어렵다"며 "이번 발표가 호재로 인식될 수는 있지만 집값은 강남 상승세와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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