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토레스 주역 쌍용차 이강 상무 "축배는 아직..점수는 95점"
"쌍용차 재기 위해 잘 팔려야만 하는 차..KR10, SUV 마니아 노린다"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쌍용자동차가 4년만에 야심차게 출시한 '토레스'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사전계약만으로 3만대를 넘겼고, 인기를 발판 삼아 1년만에 쌍용차의 주간 연속 2교대를 부활시키는 등 오랜기간 요원했던 쌍용차 재기를 위한 청신호를 켰다.
토레스 탄생 주역 중 한명은 이강 쌍용차 디자인담당 상무다. 지난 21일 쌍용차 평택본사에서 만난 이 상무에게선 토레스 탄생까지의 숱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입술 한쪽은 불어 터져있었고 머리는 군데군데 희끗희끗했다.
기아 출신인 이 상무는 지난 2020년 쌍용차에 합류했다. 현재 도로 위를 달리는 기아 대부분의 차에 이 상무의 손이 닿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런 그가 쌍용차로 옮겨 첫번째로 세상에 내놓은 모델이 토레스다.
그는 "지금은 빛이 바랜 느낌이 있지만 코란도와 무쏘 등은 대한민국의 SUV 역사를 써내려간 모델"이라며 "SUV에 역사와 전통을 가진 쌍용차는 디자이너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브랜드로, 기아에서 쌍용차로 옮길 때 정통 SUV 브랜드로 쌍용차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상무가 쌍용차에 터를 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브랜드 이미지의 재정립이다. 그는 "쌍용차가 그동안 쌍용차 답지 못하다는 비평을 많이 들었는데, 이젠 이를 스스로 해결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정통 SUV 이미지를 계승해 타사와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나온 새 디자인 철학이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라고 설명했다.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가 처음으로 반영된 토레스는 출시 후 불과 한달 여 만에 누적 계약대수는 4만대를 넘겼고 호평도 끊이지 않는다. 토레스로 쌍용차는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았다. 이 상무를 비롯한 디자인팀, 그리고 엔지니어 등 쌍용차 임직원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이 상무는 디자인을 마치고 토레스가 출시되기 직전까지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출시 직전까지 하루에도 수십번씩 토레스를 보고 또 봤다"며 "고칠 것은 없는지, 아쉬운 점은 없는지 확인에 확인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또 "신차를 출시한다는 것은 수천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큰 작업으로, 디자인에 따라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다. 토레스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직업적인 측면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줄곧 진지한 표정으로 토레스에 대해 설명하던 이 상무는 "토레스에 대한 호평이 엄청나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토레스, 대체 누가 디자인 했나"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해외에 용역을 주고 디자인을 맡긴 것 아니냐는 말도 그를 웃음짓게 했다. "쌍용차 다운 디자인이 나왔다", "쌍용차가 정신을 차렸다"는 말도 그가 뽑는 최고의 칭찬 중 하나다. 그는 "신차 출시 후 고객의 직접적인 반응은 디자이너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첫 단추가 잘 끼워진 것 같아 천만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상무는 '축배는 아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며 "회사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잠깐의 좋은 반응에 안심할 수 없다. 토레스에 대한 피드백을 출시 예정인 차들에 반영해 다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의 발언처럼 그에게 중요한 것은 토레스의 성공만이 아니다.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쌍용차가 토레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재기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이 상무는 "토레스는 쌍용차를 살려야 하는 차이자 쌍용차의 기둥이 되어야 하는 차"라며 "토레스가 잘 되어야 회사도 튼튼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이 팔려야만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제 막 토레스를 마무리한 이 상무에게 '자축'의 시간은 없다. 그의 두손에는 다음 과제인 'KR10'이 들려 있다. 사실 그에게 KR10은 쌍용차에서의 진정한 시작과도 같다. 그는 "토레스가 잘 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KR10"이라며 "토레스가 잘 돼야 회사가 튼튼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KR10도 이어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상무는 "KR10은 정말 (디자인) 하고 싶은 차"라며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KR10은 기존 정통 SUV인 코란도가 지닌 느낌을 물씬 반영해 SUV 마니아들이 '정말 타고 싶은 차'로 만들고 싶다"며 "토레스의 경우 광범위한 이들을 타깃으로 해야 해 대중성을 가미했다면, KR10은 그야말로 SUV 마니아층을 겨냥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최근까지 진행한 모델 품평회 등에서의 반응이 모두 좋았다"며 "2024년 중반기 KR10을 출시할 계획인데, 스케치를 바탕으로 좀 더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살려 디테일 등을 업그레이드해 조만간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쌍용차는 전기차로서의 전환에도 박차를 가한다. 그동안 쌍용차는 다른 완성차 업체에 비해 전동화 전환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상무는 "토레스 전기차 버전이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라며 "토레스 대비 미래지향적 느낌으로 전면부 등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KR10의 전기차도 준비 중이라며 "계획대로라면 KR10의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보다) 먼저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현재 렉스턴 스포츠의 후속도 준비 중이라며 "전기차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현재 스케치 아이디어와 3D 디자인 등 몇가지 작업을 완료한 상태로, 머지 않아 회사가 정상화 될 텐데 렉스턴 스포츠의 후속 전기차 버전 등이 나오면 토레스, KR10 등에 이어 쌍용차의 전체 라인업이 체계적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이 상무는 인터뷰 장소인 디자인센터에 세워져 있는 토레스를 수십번이고 들여다보며 마치 자식처럼 대했다. 그런 그에게 토레스는 몇점일까. 이 상무는 잠시 주춤하더니 '95점'을 줬다. 그는 "짧은 시간 안에 모두가 고생해 잘 만들어냈고 반응도 좋지만, 디자이너로서 아쉬움이 있다. 100점은 아직 아니다"고 했다. 그는 토레스에 대한 아쉬움을 KR10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쌍용차의 브랜드 슬로건은 '로드 투 어드벤처'다. 모험으로 가는 여정이라는 뜻으로, 고객이 어떤 곳을 모험하든 적합하고 튼튼하고 안전한 차를 제공해 고객의 여정을 돕겠다"고 밝혔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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