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의 나라, 모빌리티 잔혹사]⑥요금 올리면 끝?…"갈등 피하면 혁신없다"

금준혁 기자 2022. 7. 2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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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탄력요금제 중심 '택시대책' 발표 예정…모빌리티 '혁신' 예고
고물가 변수에 공공요금 동결 분위기…갈등 피하면 '타다' 반복

[편집자주] 심야택시 대란이다. 택시를 못잡아 호텔을 잡았는데 이제는 그 호텔마저 없다는 푸념이 나올 지경이다. 수요는 있는데 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까? 일상의 불편함이 바로 혁신을 만드는데, 21세기 플랫폼 시대에 모빌리티 혁신은 왜 아직도 요원할까?

12일 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승차지원단이 택시 임시승차대를 설치하고 시민들의 택시 탑승을 돕고 있다.2022.5.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현재 (심야택시) 호출 성공률이 25%, 4명이 타면 1명이 성공하는 수준으로 시민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 넘어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진단한 택시대란의 현주소다. 정부가 심야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꺼낸 카드는 탄력요금제다. 시장 논리에 따라 수요가 가장 많은 심야시간에 요금을 올려 '집 나간' 택시기사들을 불러오겠다는 계획이다.

원 장관은 연일 플랫폼 택시의 요금 인상을 언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경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단순히 요금인상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혁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가 '타다'처럼 갈등을 없애는 방향을 선택한다면 미래 모빌리티로 넘어가는 혁신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화하는 심야택시 대란, 요금에서 해답 찾는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8월 말에 택시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탄력요금제를 통해 플랫폼 택시의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택시는 모델에 따라 타입 1~3으로 나뉜다. 타입1은 '타다'처럼 렌터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택시면허가 없이 운영하지만 사회적 기여금과 총량 규제가 있다. 타입2는 카카오T블루, 마카롱 택시 등 가맹 택시를 말한다. 타입3는 카카오T처럼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중개사업자다.

정부가 개인·법인 택시가 아닌 플랫폼 택시를 손질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법인 택시는 지방자치단체에, 플랫폼 택시는 국토부에 권한이 있다.

심야시간(오후 10시~오전 2시)에 택시요금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되 공급량이 늘지 않는다면 추가 정책 수단을 통해 공급을 강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요금 인상 폭은 25%에서 100% 사이가 유력하다. 예컨대 기존에는 심야시간 택시비가 1만원이 나왔다면 인상 폭에 따라 1만2500원에서 최대 2만원까지도 나올 수 있는 셈이다.

택시 대란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강제배차와 개인택시 3부제(2일 근무·1일 휴무) 해제에 돌입한다.

타입2는 가맹택시로 이미 강제배차가 가능한 만큼 타입3에 해당된다. 타입3는 단순 중개로 단거리 호출보다 수익성이 좋은 경기도 등 장거리 호출만 수락하는 경우가 많다. 탄력요금제가 적용되면 타입3의 호출료도 인상되기 때문에 승차 거부는 확실히 막겠다는 것이다.

개인택시의 부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결정권자로 국토부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자체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타입1의 활성화 방안도 열어둔 상태다. 현재 420대로 묶여있는 타입1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으로 이를 통해 업계에선 사실상 '타다'의 부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3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 택시가 정차해 있다. 2022.6.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집 나간 택시기사, 요금 얼마나 올려야 돌아올까

핵심은 결국 요금 현실화다. 떠나간 기사들을 부를 유인을 주면서도 요금 인상폭이 수용 가능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강제배차가 가능한 법인 택시기사들은 수익성이 좋은 배달이나 택배업계로 이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법인택시의 가동률은 2019년 1분기 50.4%에서 2022년 1분기 31.5%로 감소했다. 법인택시 기사 수는 올해 6월 기준 2만868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말(3만991명)보다 33.2% 감소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기사들을 심야시간대에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유인이 되면서도 소비자 입장에서 심야에 이 정도는 더 줘도 괜찮다는 정도의 절충안이 필요한 상태"라고 인정했다.

문제는 정책의 실제 작동 여부다. 국토부가 강제배차를 고려하는 이유는 현재 심야택시 대란의 원인을 단거리 호출 거부로 보기 때문이다. 적정선을 찾지 못한다면 필요한 공급을 가져오지 못하고 자칫 요금인상으로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물가도 변수다. 기획재정부는 고물가에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하면서도 민생과 직결된 공공요금은 인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국토부도 철도요금을 사실상 동결했으며 이원재 국토부 1차관을 단장으로 물가안정TF를 구성해 매주 국토교통 분야 물가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물가 안정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택시 요금은 정부가 관리해 운영해 공공의 영역으로 인식되면서도 민간이 운영하기 때문에 공공요금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의견이 여전히 엇갈린다.

9일 오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탑승한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전기차 로보라이드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2022.6.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미래 모빌리티가 택시 대체…연착륙 필요"

전문가들은 택시 '안'이 아닌 '밖'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를 떠난 법인택시 기사, 노쇠한 개인택시 기사를 대신할 제3의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모빌리티 혁신'과도 연계된다. 다만 택시업계와의 상생이 없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이동 수단을 시간대별로 추가 투입해야 한다"면서도 '택시업계에 반발이 있을 수 있으니 택시(업계)에 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상생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기적으로는 미래 모빌리티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택시기사 없는 택시'가 택시를 대체하는 것이다.

정부는 2027년 레벨4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오는 8월 발표될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차 레벨3, 모빌리티 서비스 등이 담길 예정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갈등을 없애는 방향으로 갔지만 지금부터는 갈등을 완전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며 "업계에 진출하는 기업과 공공역할에 대한 정부 재원으로 5년 정도에 걸쳐 연착륙시키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UAM이 지금은 택시와 무관해 보여도 결국 교통 서비스가 통합되는 것이다"며 "UAM 실증사업에 대기업이 들어오는 상황을 활용해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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