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부통제 작동 안했다고 확신"..우리은행 제재 수위 '촉각'

서상혁 기자,한유주 기자 2022. 7. 2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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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 횡령 사건' 제재 절차 착수..관련 임직원·기관 중징계 불가피
제재 범위에 CEO 포함되나.."금감원도 부실검사 책임져야" 불만도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2022.4.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한유주 기자 = 금융감독원이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현장검사 결과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낸 만큼, 임직원과 기관에 대한 중징계가 예상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횡령 사고 관련해 현장검사를 마치고 제재를 위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로선 중징계가 예상된다. 8년에 걸쳐 700억원이라는 거액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이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만큼, 금감원은 관련 임직원과 기관인 은행에 무거운 책임을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전 모 씨는 횡령을 위해 공·사문서를 위조했는데, 부서장은 물론 은행장 직인까지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 씨가 기업개선부에 10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임에도 우리은행은 그를 업무 적정성 평가 제도인 '명령휴가' 대상으로 한 번도 선정하지 않았다. 전 씨가 "외부 기관에 파견을 나간다"고 허위 보고 후 1년여간 무단으로 결근했음에도, 은행 측은 알아채지 못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횡령 사고는 사고자 개인의 일탈이 주된 원인이나, 은행의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횡령 건을 들여다보니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제재"라고 부연했다.

관건은 제재의 범위에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되느냐다. 일단 금감원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CEO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이 부원장은 "은행법, 지배구조법, 일반적인 검사규정 등 적용되는 법규에 따라서 관련자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며 "사고자(횡령 직원)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담당 팀장, 그 위의 임원, 최종적으로는 행장과 회장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CEO 제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내부통제 미흡 사항으로 지적된 사례의 '전결권'이 어디까지냐가 중요한데, 최고위급까지 전결권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씨의 경우 주로 공·사문서를 위조 후 부서장의 직인을 도용하는 식으로 횡령을 저질렀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직인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부서장'에 위임한다. 제재하더라도 부서장까지만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통 은행들은 '부서장은 통장과 인감이 동일인에 의해 보관 또는 관리되지 않도록 통장관리자와 인장관리자를 구별하여 지정한다' 등의 내규를 따른다"며 "내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면 해당 부서장 책임이지, 임원급까지 책임을 묻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22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소송 2심에서 금감원이 패소한 점도 CEO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보탠다. 2심 재판부는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더라도,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금감원의 항소를 기각했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수년간 정기 검사를 진행했음에도 횡령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만큼, 금감원 역시 '부실 검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굵직한 금융사고들은 모두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적발이나 자수에 의해 알려졌지,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적발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개별 사안을 들여다보기 어렵다면, 변화하는 금융시장 환경이나 사고 유형에 따라 검사감독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전날 '금감원 책임론'에 대해 "금감원은 기본적으로 시스템과 지배구조 위주로 검사를 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보다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며 "개별 건에서 잘못된 점을 보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이 검사를 나갔음에도 (횡령 정황을) 보지 못한 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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