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北核 위기감 고조.. 'ICBM 도발' 카드 먼저 꺼내나 [한반도 인사이트]

김선영 2022. 7.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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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7차 핵실험' 시기 저울질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9주년
광명성절·태양절·美 바이든 방한 등
실험일로 특정된 날짜들 모두 빗나가
北, 2017년 9월3일 6차 핵실험 감행
풍계리 3번 갱도 복구 등 준비 마쳐
대미 압박 카드로 시기 조율 분석도
2017년 전승절 하루 넘겨 ICBM 발사
코로나 안정국면 감안 추가시험 전망
내부 결속 움직임 속 시기 오리무중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칭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9주년(27일)을 맞아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다. 올해 들어 김정일 생일(광명성절·2월16일) 80주년을 시작으로 3월 한국 대통령 선거, 4월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15일) 110주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지난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까지 북한 내 대형 행사와 한·미의 각종 이벤트 때마다 7차 핵실험이 거론됐다. 북한의 핵실험 시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간 점쳐졌던 핵실험 날짜들은 모두 빗나갔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시기는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만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측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7차 핵실험 가능성을 계속 내비치면서 북핵 위기를 고조시키다 비용과 위험을 감수할 정도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할 때 핵단추를 누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7차 핵실험 시기 두고 저울질

26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북한은 7차 핵실험에 필요한 풍계리 3번 갱도 복구 등 준비를 마쳤고 실험 시기 결정만 남겨 둔 상태다. 북한은 2017년 9월3일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북한 핵실험 동향과 관련해 “(북한이) 언제든지 결심만 서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저희는 본다”며 “저희는 이달 말뿐만 아니라 취임 직후부터 하여튼 (대응) 준비는 다 돼 있다”고 밝혔다. 전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는) 대부분 준비 완료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언제 할 것인가는 김정은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전승절을 전후로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그런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조만간 열릴 북한 전국노병대회에서의 김 위원장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이르면 이달 안에 핵실험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이 결심만 서면 전승절을 계기로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북한은 올해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와 함께 2017년 11월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해 2018년 4월 김 위원장이 선언한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이미 파기한 상태다.

김 위원장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수세에 몰려 있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을 겨냥해 정권수립일(9월9일)이나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에 핵실험에 나설 수도 있다. 최근 한국국방연구원(KIDA) 전경주 연구위원과 서찬양 위촉원은 ‘동북아안보정세분석’에 게재한 ‘북한의 7차 핵실험 지연과 전략적 노림수’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 입장에서) 국제정치적으로는 핵실험보다 더 강력한 대미 압박 카드가 별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핵실험은 국면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결정적 시점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는 시점은 협상으로 국면 전환 가능성에 대한 북한의 기대가 가장 높아진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8년 5월25일 폭파 직전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의 입구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핵실험 이전에 ICBM 도발 이어갈 수도”

북한이 ICBM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핵실험 전 추가 시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만 6번 ICBM을 발사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22 하반기 정세 포커스’에서 김보미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공개적으로 무기 시험을 하고 성과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4월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공개된 ICBM 화성-17형의 추가 시험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은 7차 핵실험은 물론, ICBM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의 주요 변수다.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고려해 코로나19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완전한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자평하면서 대형 도발에 나설 명분을 키우고 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4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적으로 새로 발생한 발열환자 수가 30여명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신규 발열환자 규모 통계를 처음 발표한 지난 5월12일 이후 하루에 새로 발생한 발열환자 수가 100명 아래 두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전날 50명대에 이어 이틀 연속이다.
특히 북한은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전승절을 하루 넘겨 ICBM을 발사한 바 있다. 북한은 2017년 7월28일 밤에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기습적으로 ICBM 화성-14형을 발사하며 새 정부와 ‘강대강’ 구도를 본격화했다. 또한 북한 내부적으로는 시험발사를 대대적으로 경축하면서 내부 결속 강화를 꾀하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고강도 무력도발에는 핵실험은 물론, ICBM 발사도 있다”며 “북한이 윤석열정부 출범 후 맞는 이번 전승절에 이전처럼 ICBM 도발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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