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에 불구덩이 된 공사장..열사병 예방 가이드라인 '권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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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더워."
사흘째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부산 부산진구 한 공사장에서 일하는 최모씨(45)는 뙤약볕에 타오르는 공사장 열기에 혀를 내둘렀다.
공사장 노동자 김모씨는 "폭염 속에서도 안전 장구류와 팔 토시, 안전모까지 착용해야 해 갑갑하다. 일하는 중간에 물을 마시는 것 말고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며 "주변 공사장에서도 열기에 쓰러지거나 탈진하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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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부울경 건설·제조 온열 재해사고 14명 "대책 필요"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덥다 더워."
사흘째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부산 부산진구 한 공사장에서 일하는 최모씨(45)는 뙤약볕에 타오르는 공사장 열기에 혀를 내둘렀다.
최씨가 있는 공사장에는 벽체 철근을 설치하는 노동자들이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일하고 있었다. 더위를 이겨낼 냉방 기구는 선풍기 단 한 대뿐, 그 이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진은 체감온도 31도에 이른 26일 오후 1시 안전모를 착용하고 공사장을 살펴봤다.
뜨거운 햇빛을 막아줄 그늘조차 없어 공사장에 들어간 지 5분만에 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스크까지 착용한 탓에 금방이라도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정도 일하고 있다. 오후 1~2시에는 그야말로 불구덩이 속에서 일하는 느낌이라고 한다.
특히 이들은 열에 쉽게 달아오르는 철근을 다루는 작업을 주로 해 고충이 더 크다. 취재진도 직접 맨손으로 철근을 만져보니 '앗 뜨거워!' 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당부한 '열사병 예방 3대 수칙'도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수칙에 따르면 폭염특보 발령 시 1시간 주기로 10~15분 이상 휴식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취재진이 들른 공사장 외에도 대부분이 폭염특보 발령에도 규칙적인 휴식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 노동자들은 휴게 시설이 멀리 떨어져 있어 공사장 내부에 그늘막 설치를 건의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이들은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찾아올 8월을 앞두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공사장 노동자 김모씨는 "폭염 속에서도 안전 장구류와 팔 토시, 안전모까지 착용해야 해 갑갑하다. 일하는 중간에 물을 마시는 것 말고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며 "주변 공사장에서도 열기에 쓰러지거나 탈진하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 작업장에서도 폭염 예방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중구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최모씨(60대)도 올여름 무더위에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올해로 19년차인 최씨의 급식실에는 에어컨이 1대 있는데, 이마저도 시원한 바람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총 60평 크기의 급식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에어컨 1대 외 이동식 선풍기 1대로 매일 300인분의 식사를 조리하며 버텨왔다. 특히 조리실에서는 음식물에서 나오는 열기가 사방에 갇혀 가만히 있어도 땀 범벅이 된다.
최씨는 "어떤 학교에서는 119에 실려 가는 직원도 있었다"며 "너무 힘들어서 중도에 그만두는 직원들도 꽤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부산·울산·경남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재해자는 24명이며, 이중 3명이 숨졌다. 특히 건설·제조업에서 14명의 재해 사고가 일어나 폭염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사장과 가까운 곳에 휴식 공간이 마련돼야 하고, 폭염특보 시 오후 2~5시 옥외 작업을 멈추는 등 온열질환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에 그쳐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법적 강제성 있는 폭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윤 건설노조 부울경본부 노동안전부장은 "무더위에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있지만, 노동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폭염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규칙 위반 시 처벌 규정을 명문화하는 등 실질적인 폭염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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