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비극 막을 골든타임 '단 30개월'..선진국 '탈성장' 제안도

최서윤 기자 2022.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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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③, 끝] 더 급박해지는 '행동 촉구' 외침.."뭐든 해야 한다"

[편집자주]기후변화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800년대 초반이다. 독일 자연과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가 최초로 제시, 인류의 행위로 말미암아 지구가 황폐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에도 이후 시작된 산업화는 기후변화 속도를 오히려 가속화했다. 이제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의 위력은 곳곳에서 현실이 됐다. 지난여름 중국과 독일에 내린 각 '1000년', '100년' 만의 폭우나 올여름 최고 온도를 경신하며 펄펄 끓는 북반구의 폭염 등 현상에 인재(人災)의 성격이 짙다는 데 이제 이견이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인정하면서도 변화된 행동을 주저하는 사이 이상현상은 더 잦고 거세지고 있다. 이를 막을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1>은 그 심각성과 원인, 대안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기후변화에 다른 수온 상승으로 극지방 해안에서 정어리 같은 작은 생물이 떼죽음을 당하고, 이를 먹이로 하는 펭귄은 영양실조에 걸린다. 사진은 아르헨티나 남부 동물보호구역의 펭귄.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기후변화 관련 위험 평가와 대책 마련을 위해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립한 협의체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있다.

각 회원국 외교관과 변호사 및 기상·경제·해양·빙하 등 분야 전문가 수천 명이 치열한 토론을 거쳐 보고서를 발행한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 협상 근거자료로도 활용된다.

3개 분과 실무그룹과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태스크포스(T/F)로 구성되는데, Δ제1실무그룹은 물리과학적 현상 및 원인과 전망 분석 Δ제2그룹은 사회·경제적 영향 평가 Δ제3그룹은 배출 방지·완화 노력 및 정책 분석을 각각 담당한다.

올해 4월 발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제1실무그룹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의 영향에 있음이 명백하며, 지구평균 기온 상승폭이 (파리협정에서 이번 세기까지 제한키로 한) '1.5도'에 임박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지구평균 기온 상승폭이 1.5도에 도달하면 약 22억 인구가 5년마다 더 잦고 거센 폭염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제2실무그룹은 경고했다. 해수면 상승과 일부 생물종 멸종의 멸망을 돌이킬 수 없는 시점(티핑포인트)이 되며, 식량위기가 심화하고 새 전염병도 번질 수 있다고 했다.

제3실무그룹은 당장 행동해야 할 구체적인 시한을 제시했다. 30개월. 적어도 2025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기 시작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기후위기 최악의 영향을 피할 기회를 영영 놓칠 것이라고 호소했다.

러시아 타이미르반도 북극 딕슨 정착촌에서 먹이를 찾아 민가까지 내려왔다가 혀에 깡통이 박힌 북극곰이 진정제를 맞고 누워있다. 2022. 7. 2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지구온도 상승폭 1.5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2025년부터는 배출량 감소 시작돼야"

파리협정에서 각국이 유의미한 배출 감축 실현을 목표한 시점은 대체로 2030년이지만, 이번 IPCC 제3실무그룹 6차보고서는 그마저도 늦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제3실무그룹 공동의장을 맡은 제임스 스케아 런던임페리얼칼리지 환경정책센터 지속가능한 에너지 교수는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고 싶다면 지금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 모든 부문에 걸친 즉각적이고 깊은 배출량 감축 없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IPCC는 현재 예정한 각국의 화석연료 관련 사업만으로도 이미 기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엄청나게 감소한 점을 소개했다.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도 되고 그래야 할 시점이란 의미다.

물론 이는 선진국의 이야기다. 많은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커녕, 아직 빈곤 퇴치를 이룩할 전력조차 부족하다.

인도네시아 동누사텡가라주 이스트플로레스 폭우가 쏟아진 마을의 처참한 풍경. 2021. 4. 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불평등

IPCC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개도국 섬나라 38개국이 1850년 이후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체의 0.5밖에 되지 않는다.

배출격차 예시를 단적으로 들면 북미 탄소배출량이 연간 20톤에 육박할 때,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배출량은 5톤도 안 된다.

탄소배출 기여도와 그 결과인 기후변화 영향은 선진국과 개도국간 경제격차만큼이나 불평등한 것이다.

이 같은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의 기후 투자를 현재 대비 3~6배 늘리는 자금 지원 문제가 오는 11월 이집트 개최 제27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UNFCC COP27)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해 7월 '100년 만의 폭우'가 휩쓸고 간 벨기에 동부 도시 베르비에 모습. © AFP=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지난해 7월 '1000년 만의 폭우'가 내려 침수된 중국 후베이성 쑤이저우에서 구조대원들이 아기를 대피시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구진욱 기자

◇"선진산업국 탈성장(degrowth)도 필요"

이번 IPCC 6차 보고서에서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은 "부유한 나라들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금처럼 필사적으로 국내총생산(GDP) 확대를 쫓는 태도를 멈춰야 한다"고 처음으로 지적한 점이다. 소비를 자극하는 상품·서비스 생산을 줄이고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국가 차원의 탈성장(degrowth)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탈성장이 기후변화에 가져올 효과는 코로나19 사태로 한차례 증명된 바 있다. 팬데믹 첫 해인 2020년 상반기 중국과 미·유럽 봉쇄, 공장 가동 중단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이 직전해보다 8.8%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반론도 있다. 독일 공영 도이치벨레(DW)는 "기후변화 제동과 빈곤 퇴치를 동시에 이룩하는 것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벅찬 과제 중 하나"라며 IPCC 보고서 발표 이후 제기된 논란을 소개했다.

부유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통해 다른 지역 빈곤도 퇴치할 수 있다는 '성장만능론'도 있고, 기술이 발달한 선진국은 배출저감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녹색성장'론도 있다. 개도국 역시 경제성장을 통해 생활수준이 높아져야 친환경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논리도 있다.

베트남 하노이 고층빌딩 위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브라질 아마조나스 주의 아마존 열대우림에 위치한 한 목재공장의 모습. 2022.06.06/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그러나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같은 대규모 경제에서 성장과 오염은 여전히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게 중론이라고 DW는 부연했다. 또 해당 기사에서 녹색성장의 성공 사례로 제시된 독일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석탄발전을 일시 재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한 면도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로렌츠 키저 연구원은 DW에 "각국 정부가 배출량을 충분히 빠르게 감축한다면 에너지 사용량이 많이 줄어 GDP도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다만 그는 "GDP 감소는 탈성장의 목표가 아니라 결과"라며 "그에 대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5월 50도에 육박한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새가 인도 구자라트 아메다바드 비영리기관 운영 동물병원에서 종합비타민제를 투여받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경제성장과 배출저감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겠지만, 중요한 건 IPCC가 탈성장을 꺼내든 취지다. 티핑포인트가 임박했고, 남은 시간이 30개월밖에 없다는 절실함이다.

이번 기획 시리즈 첫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우리에겐 집단행동과 '집단자살' 두 가지 선택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 데에는 이런 맥락이 있다.

몰디브 수도 말레 항공사진. 인도양의 아름다운 섬나라 몰디브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몇 년 후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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