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10년만에 폐지되나..농민 출하기회 확대 차원에서 논의해야

김소영 2022. 7. 27.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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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선정 ‘국민제안’ 포함
공정위도 “새벽배송 규제 개선
대형마트만 금지는 차별 소지”
소상공인 등 보호 취지 목소리
민주당 추가확대 움직임 ‘이목’
기업 이익 아닌 농업 고려 필요
 

의무휴업 등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10년 만에 해제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25일 제주 서귀포 위미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관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로 공급하는 하우스감귤 소포장상품을 선별·포장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로 꼭 10년 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완화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다.

불은 정부가 당겼다. 대통령실이 최근 선정한 ‘국민제안 TOP10(톱텐)’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이름을 올렸다. 이달 21∼31일 진행하는 국민투표에서 해당 안건은 25일 오후 3시 기준 41만7280건을 돌파하며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2·3위는 ‘9900원 K(케이)-교통패스(가칭) 도입(41만3793건)’과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41만3222건)’으로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대통령실은 투표 결과 전체 3건을 추려 실제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한몫했다. 공정위는 최근 대형마트 새벽배송 제한을 포함한 44건을 개선이 필요한 규제로 선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법제처 등 관련 부처에 개선을 권고했다. 공정위는 해마다 경쟁 제한적 요소가 있는 규제를 지목해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부처는 공정위 권고에 대해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마트에 매달 2일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0시∼오전 10시’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다. 2012년 시행된 이 법은 영업시간 이외엔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도 금지한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온라인 배송에 대해선 경쟁 제한적이며 차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마켓컬리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는 영업 제한을 전혀 받지 않지만 대형마트는 규제를 받으면서 온라인 유통시장에서의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도 정부 움직임에 부응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4일 정부에 건의한 ‘기업이 바라는 규제혁신 과제 100선’엔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SSM·기업형 슈퍼마켓) 의무휴업일 지정방식을 개선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폐지하고 지역상황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농업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이다. 개정 당시 일방적인 영업규제로 농축수산물의 소비위축이 초래될 것이란 산지 우려가 제기되면서 전체 매출액 가운데 농축수산물 매출이 55% 이상이면 영업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산지에선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풀거나 영업시간을 자유화한다면 농산물 소비확대로 이어져 가격 지지, 상품화 개발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오영정 제주 서귀포 위미농협 유통사업본부장은 “젊은층이야 스마트폰을 통해 대형마트 휴무일을 검색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지금도 의무휴업일을 모르고 헛걸음을 할 때가 적지 않을뿐더러,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도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으로 소비가 이전한다는 객관적인 연구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라도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선 출하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어서 오히려 영업규제가 풀려 소비지 발주가 일주일 내내 고르게 되면 산지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로컬푸드직매장·온라인유통망 등이 구축된 지금 대형마트 영업규제 해제가 꼭 필요하냐는 반론도 있다. 소상공인·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상생 발전을 도모한다는 법 도입 취지를 고려해 규제 완화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21일 성명에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11일 “코로나19 이후 골목상권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한다면 소상공인을 더 큰 어려움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 정치의 벽도 만만찮다. 영업규제를 해제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요한데 해당 규제를 도입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인 현실에서 개정작업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10시∼ 다음날 오전 10시’로 더욱 확대하고 추석·설날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한편 복합쇼핑몰·백화점·면세점 등을 영업 규제 대상으로 추가하는 개정안이 야당 의원 주도로 여러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를 혁신해 민간 주도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하는 만큼 어느 수준으로든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높다.

이에 따라 영업규제 완화가 유통 대기업의 이익 불리기가 아니라 농민 출하기회 확대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지닌다. 농협경제지주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해제 논의가 온·오프라인 유통망 규제 형평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소상공인보다도 더 사회적 약자인 농민 출하기회 확대, 유통 대기업의 적정 구매가격 제시 등에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방향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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