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효과 적다"는 당국..해제 100일 만에 10만명 육박
기사내용 요약
10주 걸쳐 감소한 확진자 4주 만에 원위치
확산세 따라 위중증·사망 9월 초까지 늘 듯
3월 영업시간 완화 시뮬레이션 "효과 미미"
"거리두기 유행 억제 효과적…최후 카드로"
[서울·세종=뉴시스]이연희 김남희 기자 =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다시 10만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100일 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10주에 걸쳐 1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던 확진자 수가 10만명으로 늘어나는 데에는 불과 4주 소요됐을 뿐이다.
방역 당국은 지난 2~4월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거리두기 효과가 미미했다고 판단했지만, 전문가들은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일정 부분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뉴시스가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일일 확진자 발생 추이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확진자가 11만명대에서 1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데에는 10주가 걸렸지만 다시 10만명 수준으로 늘어나는데 불과 4주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 해제 직후 화요일인 4월19일 0시 기준 확진자 수는 11만8474명이었으며, 10주 만인 6월21일 1만명 아래(9303명)로 떨어졌다. 그러나 1주 뒤인 6월28일 9894명으로 반등을 시작해 4주 만인 7월26일 9만9327명으로 늘었다.
재유행이 본격화됨에 따라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 지표는 유행 감소세였던 4월 중순보다 낮은 수준이다.
사망자 수는 거리두기 해제 직후인 19일 0시 기준 130명이었으나 지난 26일 17명으로 나타났다. 4월 한 달 간 사망자 수는 6285명이었으나 5월은 1322명, 6월은 358명으로 줄었다. 7월 1~25일 보고된 사망자는 352명으로, 6월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위중증 환자 수는 834명이었으나 26일 168명으로 5분의 1 수준이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달 25일 50명까지 떨어졌으나 지난 21일 다시 100명을 넘었으며 전주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양상도 보였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 증가 속도는 빠른 편이지만 의료 대응 역량은 아직 감당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방역 당국은 8월 중순께 최대 하루 28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임숙영 질병관리청(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더블링 현상은 어느 정도 둔화되고 있지만 감염재생산지수는 여전히 1.0 이상"이라며 "향후 2~3주 정도 계속 증가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말했다.
통상 확진자 발생 1~2주 뒤 위중증 환자가, 2~3주 뒤에는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위중증·사망자는 9월 초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우세종화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는 기존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빠르고 BA.2.75(일명 켄타우로스)가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는 만큼 확산세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A.5이 위험도에 대해)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유행 규모가 크면 당연히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영업시간이나 사적모임 인원을 제한하는 식의 고강도 거리두기는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3월 오미크론 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이유에서다.
백경란 방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영업시간이나 인원 제한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유행을 통제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지난 오미크론 유행시기에 일률적인 제한조치로는 유행을 차단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거리두기의 유행 억제 효과가 떨어지는 근거로 3월 초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질병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3월4일 발표한 공동연구에 따르면,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완화하면 하루 3만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만~30만명 규모를 전제로 상대적 증가폭은 최대 10%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전체적 확진자 규모가 크던 오미크론 유행 당시에 거리두기 '완화'를 전제로 한 연구였다. 지금처럼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상태에서 재도입 효과를 예측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거리두기 해제 시점인 4월 중순에는 3차 접종을 했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된지 얼마 안 돼 면역 수준이 상당히 높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3개월여가 지난 현재는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다. 우세종화를 앞둔 BA.5 변이는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도 갖고 있다. 4차 접종자는 60세 이상 고령자 중 35.9%, 전체 인구 대비 10.3% 수준이다.
질병청도 "3월 오미크론 유행 시 수행한 것으로 면역 수준, 변이 특성에 차이가 있어 현재 시점의 거리두기 효과를 단정짓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며 "거리두기 실효성 감소를 추정하는 자료로 참고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 등 고위험시설의 출입명부나 발열 체크 등 일정 부분의 제한은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요양병원·시설 등 가장 감염에 취약한 시설에 한해 대면면회를 금지하고 종사자의 선제검사를 강화한 상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가 유행 억제에 가장 효과적인 건 사실이다. 질병청이 효과가 없다고 얘기하는 건 잘못"이라며 "다만 경제에 끼치는 부작용이 너무 심하니 처음부터 쓸 수는 없고 마지막 카드로 유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현 상황에서) 유행 규모를 줄이고 속도를 늦추는 형태의 선제적인 거리두기는 실효성이 많이 떨어져서 어려울 것 같다"면서 "피해가 너무 커지는 상황이 되거나 그렇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신호가 나타난다면 거리두기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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