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장관 927명 중 여성 59명뿐..기재·행안·통일부는 '0명'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 역대 장관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6.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정책 주무 부처로 장관이 모두 여성이었던 여성가족부를 빼면, 이 비율은 3.76%로 장관 100명당 96명은 남성이었다. 역대 여성 장관이 한명도 나오지 않은 부처도 5개나 됐다. 대선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대로 ‘여성가족부 폐지’ 속도전을 25일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게 주문했지만, 공직사회에서의 구조적 성차별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재확인된 것이다. 과거에 견줘 소폭 늘긴 했으나, 여전히 여성 장관은 상징적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겨레>가 18개 부처(전신 포함)를 전수조사해보니, 무임소 장관(정무장관이나 특임장관처럼 부·처의 수장이 아닌 장관)을 제외하고 1948년 8월15일 정부 수립 뒤 지금까지 장관은 모두 927명(2개 이상 부처 장관 역임자 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성은 6.36%(59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93.64%(868명)가 남성이었다. 여가부 장관을 빼면, 전체 902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3.76%(34명)로 내려앉았다. 역대 장관들의 성별 비율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장관 수도 미미했지만 이들에게 허락된 자리는 제한적이었다. 기획재정부(괄호 안은 역대 장관 수·94명), 행정안전부(116명), 농림축산식품부(64명), 통일부(41명), 국방부(48명) 등 5개 부처에서는 지금까지 여성 장관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82명)와 산업통상자원부(73명), 외교부(40명), 고용노동부(32명), 국토교통부(23명), 해양수산부(22명)에서는 여성 장관이 한명씩만 있었다. 각각 임혜숙, 임영신, 강경화, 김영주, 김현미, 윤진숙 전 장관이다.
법무부(64명)에서는 강금실, 추미애 전 장관이, 2017년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4명)에서는 박영선 전 장관, 이영 장관이 여성 장관으로 부임했다. 교육부(59명)와 문화체육관광부(53명)에서는 각각 4명의 여성 장관이 발탁된 바 있으며, 환경부(26명)와 현재 장관이 공석인 보건복지부(61명)에서는 각각 8명의 여성 장관이 있었다. 여가부(25명)는 부처 특성상 역대 장관이 모두 여성이었다.
정권별로는 문재인 정부가 13명으로 가장 많은 여성 장관을 배출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9명), 김영삼 정부(8명), 이명박 정부(6명)가 뒤를 이었다.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각각 5명의 여성 장관이 나왔고, 노태우 정부 4명, 이승만 정권 3명, 전두환 정권과 최규하 과도정부에서는 각각 1명이었다. 18년 동안 이어진 박정희 정권에서는 여성 장관을 단 한명도 임명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보건복지부를 뺀 17개 부처 가운데 현재 4개 부처에 여성 장관을 임명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여성 장관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변화의 폭은 미미하다. 2001년 신설된 여가부를 제외하고 각 부처 장관들의 취임 연도를 기준으로 보면, 1940년대 1명, 1950년대 2명, 1960년대 0명, 1970년대 1명, 1980년대 1명에 불과했다. 1990년대 여성 장관은 9명으로 늘어났지만 2000년대 4명으로 감소한 뒤, 2010년대 10명을 기록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지금까지 6명의 여성 장관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성 장관 비율만 봐도, 현실에서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현재 4명에 불과한 여성 장관의 수는 물론, 여성 장관이 한명도 나오지 않은 부처가 있다는 사실은 행정부 권력을 쥐고 움직이는 집단의 성별이 남성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며 “남성 권력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여성 장관을 상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위주의 인사로 외신 등으로부터 ‘남성 편중 내각’이라는 지적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교육부, 보건복지부 장관을 여성으로 지명한 것처럼 여성 장관을 실질적 평등이 아닌,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고 있다는 것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특정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견줘 상대적으로 적을 수는 있지만, (공직 사회에 여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여성 장관은 전혀 없거나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는 단지 여성 개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성별 분업이라는 임명권자의 차별적 인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 대통령은 이미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한 이상 그에 합당한 결과를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 여성과 남성의 능력이 동등하게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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