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전문가 김용일 교수 "1차 책임은 민주당 입법, 현 정부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

홍인택 2022. 7. 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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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제도 자체의 명운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용일 사단법인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이사장(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은 2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교위가 출범 전부터 위기를 맞게 된 것은 ①민주당의 성급한 법안 단독 처리 ②교육부와 국교위의 관계 설정 미비 ③현 정부·여당의 교육 정책 구조 개편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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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법안 단독처리·국민의힘 무관심에 
'늑장출범' 국가교육위원회 유명무실화 우려
김용일 사단법인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이사장(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 김 이사장 제공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제도 자체의 명운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연구 용역을 받아 발간된 '국교위 설립 이후 교육 거버넌스 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엔 이 같은 전망이 담겼다. 국교위는 정권에 따라 뒤바뀌는 교육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립적 입장에서 중장기 교육 프로젝트를 논의하고자 만들어진 기구다. 지난 21일 국교위법 시행으로 공식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위원 구성 작업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용일 사단법인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이사장(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은 2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교위가 출범 전부터 위기를 맞게 된 것은 ①민주당의 성급한 법안 단독 처리 ②교육부와 국교위의 관계 설정 미비 ③현 정부·여당의 교육 정책 구조 개편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짚었다. 국교위의 설립 취지를 고려할 때 정치 중립성 확보가 중요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처리로 법이 통과됐고, 여기 반대해온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서 국교위 자체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법은 몰라도 국교위는 단독 처리해선 안 됐다"

김 교수는 문제의 1차적 원인을 '여당 단독 처리'라는 입법 과정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교육정책 수립'이란 국교위 목표 사이의 충돌로 꼽았다.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앞세워 지난해 7월 국교위 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합의제 기구를 합의 없이 통과시킨 모순이 국교위 출범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다른 입법이라면 몰라도, 국교위 법을 단독 입법했다는 것은 그걸로 끝났다고 봐도 좋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교육위원회 제1차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민주당 소속인 박찬대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엔 문재인 정부의 의지 부족과 실기가 작용됐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집권 초)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야당을 끌어들이면서 입법화해야 하는 사안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국교위 출범 논의를 바로 시작한 게 아니라, 대통령 자문기구 성격의 국가교육회의를 우선 가동하고 2019년 이후 국교위를 제도화하는 '단계론'을 택했다.


불분명한 국교위 위상..."행정부가 주물럭거릴 수 있는 여지 너무 많아"

입법 과정에서 국교위의 위상도 불분명해졌다.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이 임기 5년의 정권 입맛에 따라 뒤바뀌지 않도록 교육부를 견제·보완하며 정책을 총괄해야 하는데, 국교위 법과 시행령에는 그 역할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법과 시행령을 보면 어떻게 국교위를 제도화할 것인지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다. 입법권자의 의도가 법령에 모호하게 담겨서 이걸 시행하는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주물럭거릴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고 했다. 정부가 국교위의 직제를 정할 때 인원 배치를 최소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극적 심의기구'로 유명무실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교위 법안에 대한 비용추계서에서 국교위를 공무원 정원 95명의 기구로 상정했다. 정원이 200명이 넘는 방송통신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절반도 안되는 규모다. 김 교수는 "교육부만 해도 직원이 600여 명인데 95명 가지곤 정책기구로 작동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교육 거버넌스 다시 짜야 할 정부·여당, 방관해선 안 돼

김 교수는 현 정부와 여당이 국교위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법이 이미 시행됐으니 교육 정책 결정의 새 구조를 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만들어진 법률을 행정부가 거역할 수는 없다. (정부·여당이) 지혜롭다면 법률에 기반해 자신들의 정책 의지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구로 만들면 된다. 그런데 여당은 기본적으로 국교위에 부정적인 데다, 이를 잘 활용하려는 안목과 능력도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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