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단행동' 제압 나선 尹 대통령..전방위 '기강잡기'[영상]
행안부 장관 이어 전방위 압박 공세…'경찰 인사제도' 개편 시사도
이상민 장관, "경찰대 졸업 자체로 7급 공무원 임명…불공정의 시작" 작심 발언
내부 혼란 속 소관 부처 행안부 장관 '정무능력' 부족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일부 경찰들의 집단행동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공무원들에 대한 최종 인사권을 쥐고 있는 윤 대통령의 판정승에 무게가 실리지만, 일각에선 경찰 전체 조직과 정치권으로 논란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26일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일부 총경들의 집단행동을 작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은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이번 집단행동을 '쿠데타'에 비유한 데 대해서도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치안 관서장들의 집단 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이 장관의 표현도 국민들의 그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이 장관을 거들었다. 전날 출근길에서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비하면 발언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 셈이다.
이 장관을 비롯해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등이 이번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회의를 주도한 총경에 대한 직위해제 등 인사권을 활용한 조치에 돌입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예상 밖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안'이 통과되면서 다음달 2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내부 혼란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제는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내부 반발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들은 오는 30일 예정된 경감·경위급 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에 정부 측도 물러서지 않고 압박 공세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행안부 업무보고에서 향후 경찰 인사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하는 등 사실상 '기강잡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순경으로 입직한 사람들이 96.3%인데 비해 경무관 이상 고위직들 중 순경 출신 비율은 2.3%에 불과하다"며 인사 불공정 해소를 주문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경찰들의 입직 경로에 따라 공정한 승진과 인사, 보직 배치가 이뤄지도록 (개선안 마련을) 당부했다"며 순경 출신들의 고위직 비율 상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도 "특히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이기도 했던 순경 출신들이 고위직의 2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는 인사 제도를 마련하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다"며 "윤 대통령은 이 분들의 헌신이 당연히 존중 받고, 보상 받아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장관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경위로 임관하는 경찰대를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장관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경찰대 폐지를 검토하거나 계획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경찰대의 가장 큰 문제는 졸업 자체만으로 7급에 상당하는 공무원으로 자동 임명되는 것"이라며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 만으로 7급 공무원으로 자동 임용된다는 게 불공정의 시작"이고 지적했다.
이어 "시험이나 평가를 거쳐 7급 공무원이 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처음부터 자동으로 7급이 되는 것은 9급 순경부터 시작한 사람들과 출발선이 달라지기 때문에 문제"라면서 "최소한 출발선은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찰대 폐지와 관련해서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총체적으로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국회의 논의도 중요하고 경찰의 내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지혜를 모아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 장관은 "대통령이 공약으로 말한 경무관급 이상 고위직의 20%를 (순경 출신으로) 보장하는 부분도 이 문제(경찰대 폐지)가 해결되면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집단행동을 주도한 총경들 대부분이 경찰대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경찰 내부 '갈라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총경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이 된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도 경찰대(4기) 출신이다.
지난달 21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이어 '경찰국 신설 반대' 집단행동까지 겹치면서 소관 부처인 이 장관의 일처리도 도마에 올랐다. 이 장관 선에서 사안이 정리되지 못하면서 결국 윤 대통령이 직접 엮이는 상황까지 내몰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결국은 지금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일개 총경급들과 싸우는 꼴이 됐다"며 "관할 부처인 장관이 사전에 조율을 하거나 제압을 해야 하는데 정무적인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찰은 검찰과 다르다"면서 "경찰대 출신이 주도하다 사그러들 수도 있었는데 자긍심에 상처를 입히면서 조직 전체의 반발로 커질 우려가 있다.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섰으니 '강대강' 구도로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갈등은 좋지 않다"며 "현명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장관은 '쿠데타' 발언과 관련 "격한 발언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용한다"며 "이제 부드럽게 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4만에 달하는 경찰의 대부분은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할 일을 하면서 자신을 헌신해 가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분들의 노고 덕택에 우리가 편안히 안심하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닐 수 있고, 이런 점에 대해서 관계 장관으로서 무한 감사하며 그 노력에 대해 치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도 지난 선거 기간, 당선 이후 그리고 취임 이후에도 줄곧 제복입은 분들, 주로 군과 경찰의 헌신에 대해서는 대단히 존중과 예우를 표하고 계시고, 누차 그런 취지를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장관은 "경찰 업무에 관해 장관과 경찰 지휘부가 원활히 소통하기를 바란다"는 윤 대통령의 당부에 대해 "지금 일선 경찰에서 동요하고 있는 것을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와 그 밖의 간부들과 서로 의사소통을 잘해서 현명하게 사태를 잘 수습해 나가라는 그런 취지인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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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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