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장도 본부장들도 다 사라진 금요일, LH 한 곳뿐이겠나

조선일보 2022. 7. 27.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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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본사 전경.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부사장, 6개 본부장 등 주요 간부가 금요일이던 지난달 24일 오후 모두 경남 진주 본사 사무실을 비웠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각자 일정이 있다면서 자리를 비웠다는데 확인 결과 본부장 5명은 금요일 오전 경기도 지역 회의 이후에는 아무 일정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목요일부터 부재중이었다고 한다. 출장이나 업무 때문이라고 하지만 굳이 주말 앞두고 본사를 비우는 경우가 너무 잦다. 간부들이 이 정도로 느슨한 근무 태도를 보이면 직원들은 어떻겠나. 지난달엔 LH 간부 3명이 신재생에너지 견학 명목으로 제주도에 출장 가 주요 일정엔 빠진 채 몰래 골프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LH는 지난해 3월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져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쇄신하겠다고 약속해놓고 간부들의 근무 기강을 보면 달라진 게 없다. 감사원이 2016년부터 2021년 4월까지 LH가 관여한 공공택지지구 106개를 전수 감사한 결과를 보면 LH의 도덕적 해이는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감사원은 미공개 개발 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한 8명, 농지를 불법 취득한 10명 등 총 25명을 추가로 수사 의뢰했다.

방식도 다양하다. 서울 본부에 근무하던 한 부장은 업무 보고와 주간 경영 자료를 결재하는 과정에서 남양주에서 진행 중인 토지 개발 사업을 알고는 그 인근의 땅과 건물을 배우자 명의로 사들였다. 대전, 전북, 대구, 경남 지역본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들은 모두 대외비 업무 자료를 보고받거나 심의하는 과정에서 개발 정보를 알게 된 뒤 개발 지역과 50~500미터 거리에 있는 토지를 사들이는 식으로 투기를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다. 지난달 발표된 공공 기관 경영 평가에서 LH는 한국철도공사 등과 함께 2년 연속 낙제점 수준의 D(미흡) 등급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 부문 확대 정책을 거치면서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한층 심각해졌다. 정부가 최대 고용주가 되겠다며 공기업 인원을 마구 늘리는 바람에 공공 기관 임직원이 무려 10만명이나 늘어 44만명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공기업·공공 기관 350곳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6976만원으로 중소기업(3100만원)의 2배가 넘고, 대기업 근로자 평균 연봉(6348만원)을 웃돈다. 공기업 18곳은 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지난해 성과급으로 3000억원 넘게 지출했다. 민간 기업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공 부문의 구조 조정과 대수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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