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꺾이고, 소비로 버텼는데.. 경기하강 '먹구름'
한국은행은 26일 우리나라 2분기 경제성장률이 0.7%(전 분기 대비)라고 발표했다. 1분기에 0.6%였고, 시장의 전망치가 0.2~0.5%였음을 감안하면 괜찮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 회복과 막대한 정부 지출에 의존한 성적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과 투자는 나란히 뒷걸음질했고, 상반기 무역 적자는 사상 최대치였다. 작년 4분기에 1.3% 성장한 데 비하면 올해 1·2분기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G2(미국·중국)를 비롯해 세계 경제가 침체 늪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 한국 경제도 가시밭길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수출 감소했는데 그나마 소비 늘어나
올해 2분기에 국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버팀목은 소비였다. 2분기에 민간 소비는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1분기보다 3% 성장했다. 1분기 민간 소비가 증가율 -0.5%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 반등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외부 활동이 늘어나고 대면 서비스가 활발해졌다. 코로나 지원금을 푼 정부의 재정 지출도 힘을 보탰다. 정부 소비가 1분기보다 1.1%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은 1분기보다 3.1% 줄어들어 큰 폭으로 뒷걸음쳤다. 수출은 작년 4분기 3.2%, 올해 1분기 3.6%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끌었지만 2분기 들어 곤두박질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 차질 장기화, 중국의 코로나 봉쇄령 등으로 세계 교역이 둔화되면서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상반기 무역 적자는 103억달러(약 13조4700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투자 부진도 여전하다. 2분기 설비 투자는 증가율 -1%를 기록해 작년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으로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중국 경기 침체로 한국 수출 위축 불가피
지난달 한은은 올해 남은 분기에 전 분기 대비 0.5%씩 성장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하반기 국내외 경기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이런 전망치에 도달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반기가 시작하자마자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종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소비 침체를 부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8월 전망치가 86.9라고 밝혔다. 전경련 BSI가 90 아래로 내려온 것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월과 비교해 전경련 BSI는 15.2포인트 급락했는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던 2015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한국경제학회가 이날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에 대해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한 국내 경제학자 39명 중 절반이 넘는 21명이 ‘우리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미국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고 있어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진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2%로 내다보며 지난 4월 전망(3.6%)보다 0.4%포인트 끌어내렸다. IMF는 특히 G2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 넘는 큰 폭으로 내렸다. 미국은 3.7%(4월)에서 2.3%로 낮췄고, 중국에 대해서도 4.4%(4월)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G2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된다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은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G2를 중심으로 한 경기 하락세가 쉽게 반등하기 어렵다는 게 국제기구나 투자은행들의 진단이다. IMF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로 내다보며 올해보다 더 낮춰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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