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술 되팔아도 20만원 번다.. 제주공항엔 '위스키 찍턴족'

김수경 기자 2022. 7.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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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 운전기사 이모(35)씨는 올 상반기에만 김포에서 제주도까지 비행기를 타고 다섯 번 왕복했다. 관광이나 출장 목적이 아니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수입 위스키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제주공항 면세점 개점 시간인 오전 6시쯤으로 도착 시간을 맞추기 위해 주로 새벽 비행기를 탄다”고 했다. 공항에서 위스키를 구매한 그는 곧장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른다. 그가 제주도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1시간 정도다.

최근 이씨처럼 위스키를 구입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찍고만 오는 이른바 ‘위스키 찍턴(turn)족(族)’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오직 공항 면세점의 수입 주류 쇼핑.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하는 한 항공사 승무원 A씨는 “찍턴족들의 손에는 항상 위스키와 지갑 정도만 들려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며 “요즘 이렇게 짐 없이 위스키 한 병만 달랑 들고 타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했다. 면세점에서도 오전 8시면 인기 좋은 수입 위스키 재고가 동나기 때문에 이들은 이른 오전 시간대의 항공편을 주로 이용한다.

이달 초 ‘글렌피딕 30년산’을 구하기 위해 제주도 찍턴을 했다는 대학원생 장모(27)씨는 찍턴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무조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씨가 구입한 글렌피딕 30년산은 ‘찍턴족’들 사이 인기 상품이다. 제주공항에서 399달러(약 52만원)에 팔리는데 수입 주류가 가장 저렴하게 거래된다는 서울 남대문시장 주류 도매상가에서도 지난 24일 최저가가 95만원 정도였다. 같은 술이 인근 주류 백화점에서는 120만원, 온라인 주류 쇼핑몰에서는 123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제주면세점과 비교하면 적게는 43만원, 많게는 71만원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장씨는 “10만원 이하인 평일 제주도 왕복 비행기 가격을 감안해도 최소 20만원이 남는 셈”이라고 했다.

제주도와 서울 간 가격 차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 물류 대란이다. 남대문시장 한 수입 주류상은 “작년부터 수입 주류 공급이 더뎌 남대문시장 일대 위스키 가격이 두 배 넘게 올랐다”며 “싱글 몰트 위스키 제품은 아예 씨가 말랐다”고 했다. 반면 제주공항 면세점에서는 주류를 대량으로 수입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면세점 측은 “개별 수입 업체들은 물량 확보가 잘 안 돼 가격 등락이 심한 반면, 면세점 가격은 달러 환율에만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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