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 개선"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 규정을 개선하라”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 장관에게 업무 보고를 받은 뒤 “법무 행정의 최우선을 경제 살리는 정책에 두기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를 뒷받침할 비자 정책 유연화,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법제 정비 등을 주문했다. 또 “부정부패와 서민 다중 피해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했다.
한 장관은 브리핑에서 ‘과도한 형벌 규정 개선’에 대해 “과태료나 과료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법 제정 시 형벌 규정에 과다하게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활동 주체에 위축 효과를 주는 그 부분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다만 “배임‧횡령 등을 과태료로 바꾸자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한 장관은 지난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직접 수사 부서 축소 등으로 약화시킨 검찰의 수사 기능과 역량을 신속하게 회복하고 부정부패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보고했다. 지난 정부 때 검찰의 뇌물, 알선 수뢰, 알선 수재, 횡령, 배임 등 5대 부패 범죄 적발은 기존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 장관은 “검찰의 범죄 대응 능력이 심각하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지금은 범죄 대응책을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또 “공수처 설립 1년이 지났지만 수사 지연, 부실 수사 등으로 국가 전체의 부패 범죄 대응이 약화되고 있다”며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공수처 정상화’를 위해 국회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역외 탈세, 해외 불법 재산 형성, 관세·조세 포탈 등을 수사하는 ‘조세 범죄 합동 수사단’을 연내에 신설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 합수단 출범은 금융·증권 범죄 합수단, 보이스피싱 범죄 합수단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2조원대 외화 송금 의혹이나 가상 화폐 루나 가치 폭락 사태처럼 해외 조세 회피처나 가상 자산과 관련한 범죄를 조세 범죄 합수단이 집중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또 ‘범죄 수익 환수부’를 전국 주요 검찰청에 설치하기로 했다. 다수 투자자에게 대규모 피해를 주는 펀드 사기,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실로 연결될 수 있는 횡령·배임 등에 대해 형사처벌과 함께 범죄 수익 환수를 통해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계 분석 전문 수사관, 디지털 포렌식 수사 인력을 보강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부정부패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범죄 수사 정보를 수집·검증하는 대검 정보관리담당관실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보관리담당관실은 검찰총장 직속 부서로 ‘총장의 눈과 귀’라고 했지만, 지난 정부가 검찰의 ‘조국 수사’ 이후 인력과 기능을 크게 줄였다. 최근 대검은 일선 지검·지청의 수사 정보 담당 수사관을 새로 선정했다.
한 장관은 이날 1시간 10분간 윤 대통령에게 독대 형식으로 업무 보고를 하고 1층 브리핑실을 찾아 30여 분간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중간에 브리핑을 마무리하려 하자 한 장관은 “(질문) 더 해도 된다”며 현안 질문에도 답변을 이어갔다. 한 장관은 박범계 전 법무장관이 ‘티타임 복원’을 문제 삼으며 검언 유착 강화라고 비판한 데 대해 “오히려 지난 정부 수사에서는 과연 흘리기, 티타임이 없었느냐”며 “공직자는 언론으로부터 불편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한 이야기는 업무 보고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바이오 수사를 지휘했던 처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데 대한 질문엔 “제가 그분을 수사했던 것은 맞는데 검사로서 일했던 것”이라며 “법무 장관으로서 대통령의 고유 권한(사면권) 행사를 보좌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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