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대기줄 211번째.. 40분 기다려 탄 광역버스, 서서 간다
“원래도 줄이 길긴 했는데 그래도 20분 정도 기다리면 탈 수 있었어요. 그런데 7월 초부터는 40분 넘게 기다려야 겨우 버스를 탈 수 있다니까요.”
지난 25일 저녁 7시 서울 4호선 사당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수원을 오가는 7770번 광역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던 황정하(52)씨는 211번째로 대기 줄에 서 있었다. 정류장부터 음식점 거리를 따라 125m 정도 이어진 줄은 골목을 따라 한 번 꺾여 약 30m를 더 가서야 끝이 났다. 황씨는 “땀을 줄줄 흘리며 40분을 기다리다 보면 당장에라도 버스 회사에 전화 걸어 따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날 이곳 정류장에는 7770번뿐 아니라 7780번을 타려는 130여 명 등 총 일곱개 노선 승객 수백 명이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출퇴근 인구가 늘어나는 등 수도권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이용객이 늘었지만, 운행 횟수는 그대로여서 시민들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일부 버스의 경우 오히려 운행 버스 수가 줄어들고 배차 간격이 늘어나기도 했다.
승객이 몰리면서 좌석 수도 부족해져 서울~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에선 서서 가는 승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5일 오전 8시쯤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숭례문으로 향하던 1000번 버스엔 입석 승객이 13명 탔다. 그중 오모(49)씨는 “매일 고양시에서 연세대까지 40분을 타고 가는데 앉아서 가는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날 저녁 8시쯤 기자가 강남역에서 인천행 9100번 버스를 타 보니, 퇴근 시간이 다소 지났는데도 5명이 입석으로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친 한 승객은 최고 시속 110km로 달리는 버스에서 손잡이도 잡지 않고 옆 좌석에 어깨를 기댄 채 졸기도 했다. 현행법상 버스에 입석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불법이다. 경기 수원뿐 아니라 고양, 시흥,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실태 파악을 위해 현장 점검을 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기) 고양시민이라면 다들 안다는 1000번 버스를 탔는데 요즘 휴가철과 방학 기간임에도 버스가 꽉꽉 찼다. 저도 꼬박 1시간을 서서 왔다”며 “시민들께서 운행 횟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했다. 광역버스 운행을 점검하고 증차 조치하겠다”고 썼다.
광역버스 대란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기름 값도 오르면서 대중교통 이용객이 크게 증가했는데 운행 횟수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경기도 광역버스 이용객은 총 4466만5587명으로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작년 같은 기간(3609만8240명)에 비해 이용객 수가 23.7% 증가했다. 서울시 광역버스 이용객도 올해 2분기 총 328만6172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87만1397명)에 비해 14.4% 늘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자가용 대신 버스를 택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버스의 경우 배차 간격이 늘어났다. 실제로 서울~수원을 오가는 7770번 광역버스의 2019년 7월 배차 간격은 평일 2~15분이고 주말에는 5~15분이었지만, 2022년 7월 배차 간격은 평일 4~16분, 주말 8~17분으로 늘어났다. 운행 중인 버스 대수도 2019년에는 35대였지만 현재로 30대로 줄었다.
버스를 운전할 사람도 부족하다. 한 운송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에 많은 버스 기사가 배달 등 타 업종으로 옮겨갔는데 남은 기사들의 휴게 시간 등을 보장하다 보니 운행 간격이 늘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의 또 다른 버스 업체 관계자는 “한 달에 10명이 넘는 기사가 그만둘 때도 있었는데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아 상시 구인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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