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통솔 투명성 높여" 경찰 "인사권 쥐고 통제할 것"
# 경찰국 신설 일사천리 처리
- 韓 총리 "민주적 절차대로 관장"- 지휘라인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 警 "내무부 박종철 사건 흑역사- 시대 역행… 중립성 훼손 우려 커"
# 전국서장회의 ‘쿠데타’ 논란
- 정부 "경찰은 상명하복 철저해
- 서장은 강제·물리력 동원 가능"
- 警 "우리가 총·경찰봉 가져갔나
- 정당한 의견표출 묵살 낙인찍기"
일선 경찰의 강력한 반발에도 경찰국 신설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권력기관의 정당한 통제”와 “정권의 경찰 장악”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거대 조직 통제” vs “경찰 장악”
정부는 경찰국 신설은 거대한 경찰 권력의 정당한 통제로 본다.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의 권한이 더욱 커진 만큼 실질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청와대가 경찰을 통제했는데, 이를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경찰청장’으로 지휘라인을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총리도 경찰국 신설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관장하던 경찰청 통솔을 내각인 행안부 장관이 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관장하도록 한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통제의 방식은 총경 이상 고위급 경찰의 인사권이다. 법적으로 고위 경찰 인사는 경찰청장의 인사안을 행안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인사 검증하면서 행안부 장관의 제청은 유명무실이었다. 부산대 정승윤(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실이 하던 불투명한 인사시스템보다 경찰국을 통한 투명한 시스템이 결국 경찰을 위한 길이다. 경찰도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행안부가 인사권을 틀어쥐고 경찰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견해다.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크게 훼손된다고 본다. 과거 내무부의 통제를 받았던 시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정권 입맛에 맞춰 수사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 때문에 1991년 내무부로부터 독립했는데 왜 과거로 돌아가느냐는 것이다. 부산외대 백상진(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도 권력 기관이기 때문에 통제해야 한다는 건 동의한다. 다만 그 방법이 문제인데 과거 독재 시절에 하던 방식으로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며 “행안부 장관이 권한을 틀어쥐는 것보다 외부 위원이 포진한 국가경찰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쿠데타" vs "정당한 의사 표현"
전국 서장회의를 두고도 논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에게 경찰 반발을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전날 서장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고삐 풀린 고위 경찰 간부의 집단 항명은 검수완박이라는 위헌적 법률에 고무된 정치경찰의 국가 반역 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가 서장회의를 비판하는 근거는 경찰청장 내정자의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경찰은 군처럼 상명하복이 철저한 조직이라는 것이다. 이 장관은 “서장회의는 강제력과 물리력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지역 치안 책임자가 지역을 이탈해 모였다”며 회의 참석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검사와 비교해 “평검사회의는 금지나 해산 명령이 없었고 평검사가 소속 검찰청의 의사 전달 역할만 수행했다”며 서장회의와 선을 그었다. 부산 법조계 관계자 A 씨는 “검사는 부하 직원 2명뿐이다. 지휘할 수 있는 직원이 500명이 되고, 무장도 가능한 경찰서장이 모인 것과 차원이 다르다”며 “적법 여부를 떠나 일반 시민이 불안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주말에 관외 여행 허가를 받고 갔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정당한 의사 표현을 장관이 나서서 ‘쿠데타’라고 표현한 것에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부산 경찰 B 씨는 “우리가 총을 가져갔나 경찰봉을 가져갔나. 그렇게 공개적으로 하는 쿠데타가 어디 있나”며 “해산 명령도 회의 도중에 내려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정부의 강경 발언은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의견을 묵살하려는 전형적인 낙인 찍기다. 국가 폭력을 법과 원칙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며 “중대 사안을 논의 없이 밀어붙이니 터져 나오는 정당한 의견 표출”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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