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아세안·유럽行..'수출 리모델링'으로 中 의존도 낮춘다

신은진 기자 2022. 7.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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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對中흑자' 끝나나] [下] 중국 의존도 낮춘다
2022년 2월 25일 인도 방갈로르에 위치한 삼성 오페라 하우스 체험 스토어에서 인도인들이 '갤럭시 S22' 시리즈를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1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지난 4월 글로벌 시장 점유율 24%(판매량 기준)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는데, 삼성전자는 오히려 9% 성장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중국 봉쇄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전통 강자인 미국 애플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업체(샤오미·비보) 사이에서 고전을 겪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급반등한 것은 북미·유럽·아세안 지역에서 골고루 시장점유율이 3~5%포인트씩 오른 덕분이다. 중국 내 점유율 1%도 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시장을 통째로 포기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오히려 중국 외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았다.

특히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를 제치고 2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최근 인도 정부가 샤오미뿐 아니라 인도 시장점유율 3위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해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를 시작하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 대표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도 2019년 점유율 20%로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가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로 급격히 추락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중국 연대가 삼성전자·애플의 스마트폰 양강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준 것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중국이 경쟁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삼성은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과거 노키아에 버금가는 위상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반감이 높은 미국·호주·유럽·인도·베트남 등 이른바 ‘반(反)중국 벨트’ 지역에서는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판매량 14만대, 점유율 1.5%로 최악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한때(2014년) 176만대를 판매했던 최대 시장 중국이 이렇게 쪼그라들었지만,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북미·유럽·인도·동남아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 판매 및 점유율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유럽과 인도에서 지난해보다 각각 5.9%, 35.8% 증가한 15만7000대, 13만4000대를 판매했다. 반도체 등 부품 차질로 전체 판매량이 11.2% 감소했지만, 이 지역들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코나와 투싼의 친환경차 판매가 늘며 성장을 이끌었고, 인도에서는 SUV 모델인 크레타와 베뉴의 선전으로 판매율 2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또 ‘일본차 텃밭’으로 불려온 동남아 시장에서도 판매량을 늘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베트남 시장 점유율도 38.8%로, 일본 도요타(23.2%)를 크게 앞섰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올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4배 급증하는 등 점유율을 올려가고 있다.

올 상반기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수출도 한때 30%를 웃돌았던 중국 시장 비율은 한 자릿수로 급감했지만, 전체 수출량은 오히려 13% 늘었고 수출액은 배 가까이 됐다. 중국 정부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는 호주가 최대 수출국으로 급부상하며 중국 시장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은 덕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지난 3월 베트남에서 제품 부족 현상이 발생했을 땐 베트남으로 수출도 급증했다”며 “설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빠진 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다”고 했다.

한때 중국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던 중소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건설 중장비용 유압펌프, 모터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에스에프하이월드’는 10여 년 전만 해도 수출의 90% 이상이 중국으로 향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한다. 김문곤 대표는 “중국 시장은 점점 폐쇄적으로 바뀌고 있어 중소기업은 작은 악재에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며 “베트남 인근에는 앞으로 더 큰 성장이 예상되는 캄보디아·미얀마도 있어 동남아시아 지역 시장 개척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중소기업들의 중국 수출액은 19억1000만달러로 베트남(10억1000만달러)과 일본(9억3000만달러) 수출을 합친 것보다 적었다. 베트남과 일본 수출액이 중국 수출액을 역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중국은 2.3% 감소한 반면, 베트남과 일본 수출은 8.5%, 7.5%씩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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