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사라진 교실.. 교사를 아동학대범 취급하고 있다"

김연주 기자 2022. 7.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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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60%가 매일 수업방해 경험.. 정성국 교총회장 인터뷰

“(초등학생이 교사를 톱으로 위협한) 수원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면 교사가 완력으로 제지할 수 있을까요? 절대 못 합니다. 그랬다간 당장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니까요.”

정성국 한국교총 신임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선생님들이 소신 있게 아이들을 지도할 환경과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고운호 기자

지난달 21일 당선돼 3년 임기를 시작한 정성국(51) 한국교총 회장은 교총 75년 역사상 첫 초등 교사 출신 회장이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부산 해강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을 지도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국회 등에 촉구하고 있다. 일명 ‘생활지도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는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생활 지도에 대한 법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게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수단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총이 최근 전국 초·중·고 교사 865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매일 한 번 이상 학생의 욕설을 듣거나 교실 무단 이탈 등으로 수업 방해를 겪는 교사가 10명 중 6명꼴이었다. 학생의 수업 방해는 일상이 됐지만, 교사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지도 방법은 이제 거의 모두 사라졌다. 체벌은 10여 년 전 폐지됐고, 그 대안으로 쓰였던 ‘상벌점제’(학생 행동에 점수를 부여하는 제도)도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대부분 시·도교육청들이 폐지했다.

무엇보다 교사들을 위축시키는 건 학생을 훈육하다가 ‘아동학대범’으로 신고당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신체나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특히 교사의 훈육이 ‘정서 학대’라며 신고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정 회장은 “’교실 뒤에 잠시 서 있어라’ ‘다른 교실로 가 있어라’고 하거나 큰 소리로 꾸짖는 것도 다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면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는데도 교사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사가 제지 수단이 없다는 걸 안 학생 중에는 “선생님이 뭘 할 수 있느냐” “이러시면 신고하겠다”고 대놓고 말하거나, 휴대폰으로 교사가 하는 말을 녹음하거나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가 악성 민원을 넣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이를 막을 수단도 마땅찮다.

정 회장은 이렇게 교권 침해가 늘어난 데 대해 “1990년대 후반 교사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하는 등 교사를 교육 개혁의 동반자가 아니라 개혁 대상으로 삼으며 교사 경시 풍토가 생겨났고, 이후 교육계를 장악한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며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교사 권위가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스승을 존중하는 전통도 사라져 과거엔 교사가 꾸짖으면 아이 잘못을 살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교사 잘못이 없는지부터 따지고 아동학대범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여기에 저출산으로 하나·둘밖에 안 되는 자녀를 부모가 과잉 보호하는 사회 분위기와도 맞물려 교권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교총은 생활지도법을 별도 법안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현행 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등을 개정해 학생 지도 근거 조항과 교권 침해 시 처벌을 강화하는 조항을 넣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문제 행동 학생은 즉시 다른 학생과 분리할 수 있게 하고, 교권 침해를 반복적으로 하는 학생은 특별 교육이나 심리 치료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 등이다. 또, 교권 침해 사실을 학교폭력처럼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요구 사항이다.

정 회장은 생활지도 관련 법 개정을 비롯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감축’ ‘교원 행정 업무 경감’ ‘방과 후 학교·돌봄 교실 지자체로 이관’ 등 7대 현안을 이루는 게 목표다. 그는 “선생님들이 존중받고 소신 있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서 “국가와 사회가 교사를 존중해주면 그 에너지가 학생들에게 가서 공교육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교육’을 연금·노동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꼽았지만, 교육의 어떤 부분을 어떤 방향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비전이 전혀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반도체 인재를 양성한다고 했지만, 그걸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특히 교육의 근간인 유·초·중·고 교육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해 큰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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