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대미투자에 버선발..바이든, 한국기업 총수와 잇단 면담

강병철 2022. 7. 2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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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이어 SK까지..면담 때마다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과
미래핵심인 반도체·배터리 등 한국기업 강점에 공급망 재편 측면 배경도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26일(현지시간) 오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면담을 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재계 서열 1~3위인 기업 총수를 사실상 단독 일정으로 잇따라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자마자 한국 반도체의 심장으로 불리는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으로 직행해 크게 눈길을 끌었다.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반도체 공장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투자에 사의를 표하면서 "이 공장은 한미 양국 간 긴밀한 유대와 혁신을 상징한다. 양국은 최고의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삼성은 25년전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든 최초의 글로벌 기업으로 이런 우정을 계속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방문한 한미 정상 (평택=연합뉴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22.5.20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eong@yna.co.kr

바이든 대통령은 첫 방한 마지막 날이었던 5월 22일에는 정의선 회장과 50분간 독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정 회장이 면담 뒤 50억달러(약 6조3천억원) 추가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자 그는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전환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현대차 그룹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에만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모두 105억 달러(13조7천6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추가 투자 계획 발표하는 정의선 회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면담 자리에서 영어 연설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영어 연설을 통해 미국에 2025년까지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3천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22.5.22 hihong@yna.co.kr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별도의 일정이 없었던 최태원 회장과의 면담은 이날 잡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 격리로 화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면담을 계기로 220억달러(약 28조8천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기존에 밝힌 투자 계획까지 더하면 모두 290억달러(37조9천억원)를 투자하는 것이 된다는 게 백악관 설명으로 이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중 집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만 집계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환영만찬에 재계 수장 총출동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CJ그룹 회장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대화하고 있다. 2022.5.21 seephoto@yna.co.kr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 총수와 연쇄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들 기업의 '통 큰 대미 투자'가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면담을 계기로 미국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 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특히 인플레이션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경제적 성과'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뒤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삼성, SK, LG 등의 대미 투자 발표를 거론하면서 "나는 여러 한국의 선도적인 기업들이 미국 투자가 이익이 된다고 보고 있어 기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최태원 회장 등에게 자리에서 일어설 것을 부탁한 뒤 "땡큐"를 세 차례 연발하기도 했는데 최근의 면담도 이 연장선이라는 의미다.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이 면담하는 한국 기업은 바이든 정부의 핵심 경제 어젠다인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첨단 산업과 맞물려있다는 특징도 있다.

특히 각종 산업의 핵심적인 부품인 반도체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별도로 화상 회의를 소집해서 미국 의회에 반도체지원법 처리를 압박할 정도로 관심을 쏟는 분야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과 이른바 '반도체 동맹'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의미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치고 올라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경제 안보 차원에서 개별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이날 상무부 주최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장관급 화상회의도 개최했다. IPEF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띄운 경제 협의체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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