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조원대 수상한 외환거래 철저히 밝혀야

2022. 7. 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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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우리·신한·하나은행서 불법 거액송금 의혹


내부 통제에 허점…경영진·금감원도 책임


신뢰가 생명인 금융권에서 3조원대의 수상한 외환거래가 발견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에서 벌어진 일이다.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는 우리은행 지점에서 8500억원, 신한은행 지점에서 1조3000억원이 석연찮은 명목으로 중국과 일본 등으로 빠져나간 내역이 담겼다.

검찰은 수입대금을 가장한 불법 외환거래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거액의 외화를 취급할 것 같지 않은 신생 법인이나 중소업체들이 해외 송금자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선 해당 거래의 90% 이상이 골드바(금괴)나 반도체 칩을 수입한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해당 제품을 국내로 들여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업체당 많게는 수백 차례에 걸쳐 쪼개기 방식으로 해외 송금이 이뤄졌다고 한다.

아직 사건의 진상은 명확하지 않다. 검찰은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거래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 비교적 싼값에 암호화폐를 들여오고 나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렇게 번 돈을 다시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 우려되는 건 지금까지 드러난 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도 유사한 형태로 이뤄진 1조원가량의 수상한 해외 송금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하고 일부 지점의 관련 업무를 정지한 일도 있었다. 금감원은 국내 모든 은행에 오는 29일까지 수상한 외환거래가 더 있는지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에서 은행 직원이 적극적으로 공모한 건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내부 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외국환거래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외로 거액을 송금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거래를 했다면 글로벌 자금세탁 방지 협약과 국내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은행이 이런 점을 모를 리가 없다.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고객과 관련 서류를 정확히 확인하고 법규를 준수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은행에서 동시에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한 점은 국내 금융권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검찰과 금감원은 수상한 해외 송금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위법을 저지른 은행 관계자가 있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은행 경영진은 내부 통제 실패에 책임을 느끼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금감원도 사전 단속에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고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현장검사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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