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우파 벌써 권력다툼?..총선 후 총리 지명 놓고 대립

전성훈 2022. 7. 2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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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5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유세전을 준비하는 이탈리아 우파 진영에서 벌써 총리직을 둘러싼 갈등의 낌새가 엿보인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 내각이 붕괴하고 조기 총선이 결정된 불과 이틀 뒤 전국지를 통해 공개된 이 발언은 다분히 우파 정당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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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여성 총리 후보 멜로니 "최다 득표한 이가 총리돼야"
베를루스코니 정당 "총리직 논의 시기상조..선거부터 이겨야"
이탈리아 우파 정당 지도자들. 왼쪽부터 마테오 살비니, 조르자 멜로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오는 9월 25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유세전을 준비하는 이탈리아 우파 진영에서 벌써 총리직을 둘러싼 갈등의 낌새가 엿보인다.

이는 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당수 조르자 멜로니 하원의원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멜로니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행된 일간 '라스탐파'와 인터뷰에서 총리직 수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나와 우리 당은 (내각을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지도자가 로마 키지궁(총리 관저)에 들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 내각이 붕괴하고 조기 총선이 결정된 불과 이틀 뒤 전국지를 통해 공개된 이 발언은 다분히 우파 정당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탈리아형제들은 또 다른 극우당 동맹(Lega)과 중도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등과 '우파 연합'을 구성하고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정책 공조로 단합을 과시해온 세 정당은 함께 선거를 치르고 총선 득표율에 따라 권력도 나누는 일종의 '선거 동맹'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각책임제 정치 체제의 정점에 있는 총리직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예민한 사안이다.

현지 정가에서는 이번 멜로니의 발언을 두고 총선 전에 총리 후보자 선정 방식을 아예 못 박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극우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의 여론 조사를 토대로 한 총선 판세는 우파 연합에 다소 유리하다.

이탈리아형제들이 정당 지지율 23%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동맹이 14%, 전진이탈리아가 7∼8%로 뒤를 잇는다.

이 지지율이 총선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우파 성향의 군소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규합하면 과반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파 진영 그 누구도 단기간에는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지지율을 누리는 멜로니로서는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타이틀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고, 또한 이를 손에 넣을 가장 확실한 카드를 먼저 테이블에 던진 셈이다.

하지만 조율되지 않은 채 언론에 공개된 그의 발언은 다른 우파 정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듯하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 소속 중진 정치인 안토니오 타자니는 "우선 선거에서 승리하고 누가 우승컵을 들지 결정하자"며 "우리는 한 명의 지휘관이 아닌, 하나의 팀이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베를루스코니도 언론 인터뷰에서 누가 미래 총리가 될 것이냐 하는 문제는 현재 이탈리아인들의 관심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의 말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동맹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관련 논란이 이어진 26일 가장 많은 표를 얻는 당에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멜로니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정가에서는 살비니의 입장 표명이 멜로니를 지지한 것이라기보다는 총선까지 남은 두달여 기간 대세를 뒤집어 본인이 총리를 쟁취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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