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尹 대화 노출, 내 잘못"..대통령실 '침묵'·게시판 '부글'(종합2보)

조소영 기자,이호승 기자,이균진 기자 2022. 7. 2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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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서 尹과 문자..대화 내용 언론에 포착
유승민·김웅 옹호 속 말 아끼는 이준석..野, 맹비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2022.7.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이호승 기자,이균진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6일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적 평가'가 담긴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논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며 "다시 한번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선배·동료 의원들께도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참석했다. 논란은 이 자리에서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신저를 했고, 이 내용이 해당 일정 취재차 본회의장에 있던 언론의 카메라에 담기면서 시작됐다.

사진에 담긴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를 향해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엄지를 든 체리 모양의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두 인사의 대화는 화기애애했지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지난 8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당원권 6개월 정지)를 받고 '전국 유랑'을 하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이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는 지난 대선 때부터 적잖은 갈등이 쌓인 상태다. 윤 대통령은 그간 이 대표의 징계와 같은 '당무'에 있어서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권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대통령께 국민의힘의 통 큰 양보로 국회가 정상화됐고, 대정부질문에서도 의원님들 한 분 한 분의 열띤 질의를 통해 국민께서 힘들어하는 경제난을 이겨내려 애쓰고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밤낮없이 민생 위기 극복에 애태우는 대통령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도 당 소속 의원님들의 헌신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셨다"며 "이와 함께 당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 오랜 대선기간을 함께 해오며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윤 대통령이)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주고 받은 문자 내용의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2.7.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권 원내대표가 언급한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보인다. 앞서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선거 과정에서도 그런 얘기(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는 나왔다. 그 표현을 그대로 하신 것이지, 지금 현재 (윤 대통령이)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의 사과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으로 당내 분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앞선 이 대표의 징계 결정에 윤심(尹心)이 작용한 게 아니었냐는 의구심부터 윤 대통령이 당에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가 고조되면 비상대책위원회나 조기 전당대회와 같이 '권성동 대행체제'와 배치되는 쪽에 힘을 실었던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이 대표와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말없이 '논란의 문자 사진'을 올렸다. 에둘러 이 대표를 옹호한 셈이다.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선 기간 사진들을 게재하면서 "내부 총질"이라는 글을 남겼다.

아울러 논란이 터진 후,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 대표는 해당 논란이 일어난 후에도 자신이 전날(25일) 울릉도에 방문해 느낀 점만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논란 직전 '이준석 우크라이나행, 당비 1억4000만원 썼다'는 한 언론의 단독 기사에는 "(일각에서 언론에) 이런 자료나 유출시켜 정치적으로 공격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환멸감이 든다"고 직격했다.

대통령실 또한 '무거운 침묵'만 지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관련해 입장을 내거나 브리핑(보고)을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당은 권 원내대표가 메시지를 내는 것으로 입장을 갈음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윤 대통령은 민생 챙기기보다 당무개입이 우선인지 한심 그 자체"라는 등 여권을 맹비난했다.

당권주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가운데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게 자랑 글이지, 어떻게 사과문이냐"면서 권 원내대표를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을 향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호언장담은 어디 갔냐면서 "민낯이 낯 뜨겁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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