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광주로..복합쇼핑몰 유치 총력전 나선 유통 공룡들
중소상인들 반대로 번번이 무산
윤 대통령 유치 약속하며 현실화
‘광주의 첫 복합쇼핑몰’이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더 복잡한 양상으로 변질되는 측면도 엿보인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유통 공룡 빅3’가 윤석열 정부의 호남 지역 발전공약인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위해 전례 없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지를 이미 확보한 현대는 블루오션으로 통하는 광주 상권을 선점한 만큼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반면 롯데와 신세계는 ‘알짜배기’ 상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총력전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현대, 이미 부지 확보하며 자신감
‘더현대 광주’ 추진 계획 전격 발표
롯데·신세계는 발등에 불 떨어져
부지 확보 위해 그룹 역량 집중
■ 알짜배기 광주 상권 ‘빅3’ 대격돌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빅3’는 광주를 호남 지역 쇼핑메카로 키우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여왔지만, 중소상인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에 힘입어 광주 복합쇼핑몰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단 승기를 잡은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이다. 현대는 이달 초 대규모 테마파크형 ‘더현대 광주’(가칭)를 호텔·프리미엄 영화관·야구인 거리·역사문화 공원 등이 어우러진 지역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전격 발표했다.
현대가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은 부동산 개발업체인 ‘휴먼스홀딩스 제1차 PFV’를 통해 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휴먼홀딩스 제1차 PFV는 2020년 노후 공장인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31만㎡(약 9만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면서 호텔 체인·복합문화시설 등을 세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더 현대서울(영업면적 8만9100㎡)보다 큰 규모의 부지를 매입한 현대는 올 하반기에는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998년부터 2013년까지 광주 송원백화점을 위탁 운영한 경험이 있다”며 “이르면 3~4년 안에 기존 백화점과 차원이 다른 복합쇼핑몰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롯데와 신세계다. 수년간 광주 지역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운영하며 복합쇼핑몰을 꿈꿔왔지만 아직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롯데는 어등산관광단지 부지에 복합쇼핑몰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주변 등을 후보지로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빛그린산단으로 이전 예정)으로 옮겨갈 경우 이마트 등과 함께 신세계타운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궁무진한 사업성 기대되지만
전통시장 등 상생협력 방안 과제
■ 왜 광주에 복합쇼핑몰인가
‘유통 공룡’들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광주는 전국 대도시와 비교해도 경제규모에 맞지 않게 복합쇼핑몰이 전무하다. 서울 롯데월드와 코엑스 스타필드처럼 쇼핑과 문화레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최신형 대규모 복합공간을 세운다면 인프라 구축은 물론 야구 등 스포츠 시장 확대까지 사업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수도권이나 전국 어디를 가도 복합쇼핑몰이 많은데 광역시인 광주에만 없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면서 “광주시민들은 때론 쇼핑을 위해 원정을 다닌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유치를 반대만 해오고 있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대가 쏘아올린 공에 먼저 다급해진 곳은 신세계다. 2015년 호텔·면세점·이마트 등을 아우르는 복합쇼핑몰을 추진하기 위해 광주시와 협의까지 마쳤지만, 소상공인의 반대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신세계는 현재 광주에서 신세계백화점(1995년)과 이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9년에는 백화점 전관을 리뉴얼해 지역 유일의 루이비통,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몽클레르 등 명품을 포함한 530여개 브랜드를 선보이는 쇼핑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신세계 관계자는 “서울과 하남, 고양 등 ‘스타필드’의 성공 경험을 앞세워 반드시 광주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며 “관계기관과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 대상 부지를 확정하고 설계 및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도 이 지역에 롯데백화점 광주점과 롯데아울렛 수완·월드컵점 등 3곳을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1998년 부산 본점에 이어 두번째로 개장한 지방 점포다. 옛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입지해 롯데시네마, 문화센터 등을 갖춘 광주 동구의 핵심 상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2008년 롯데백화점 최초로 문을 연 롯데아울렛 광주월드컵점은 2018년 가전전문관을 새롭게 오픈, 지난해 말 리빙전문관까지 선보이며 지역 맞춤형 점포로 거듭나고 있다. 수완점(2009년) 역시 2012년 대규모 증축과 지난해 말 매장 확대 등을 통해 유명 브랜드 메가숍, 옥상공원 등 편의시설을 갖춘 가족단위 쇼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금까지 광주 지역민들을 위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한 만큼 광주의 니즈와 수요에 부합하는 복합쇼핑몰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 유치가 자칫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경우 배가 산으로 가는 부작용을 부를 공산도 크다. 최근 광주시가 복합쇼핑몰 설립을 위해 국비 9000억원을 요구한 일로 뒷말이 무성하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대통령 공약을 근거로 국비 지원을 요청했고 국민의힘이 난색을 표하자, 광주 시민단체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까지 내며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이런 논란 와중에도 결국 근본 해법은 시민들의 쇼핑 기회 확대와 지역 상권과의 동반성장이란 지적이 많다. 지역 특성상 자영업자 등 중소상인들이 많은 만큼 상생이 필요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광주 복합쇼핑몰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는 상생협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전통시장 등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업이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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