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속 성장세 이어왔지만 '새벽배송 시장' 결국 새판 짠다

김은성 기자 2022. 7. 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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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 따라 일부 대기업 철수
BGF‧롯데온 이어 GS리테일 ‘백기’
빈자리엔 네이버, 하반기부터 가세
온라인 구매 꺼리던 4050도 흡수
시장 규모는 2년 새 5배 폭풍 성장
대형마트 휴무일 배송 허용도 변수

새벽배송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의 강자로 통했던 유통업체들이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잇따라 새벽배송 사업을 접는데, 네이버는 올 하반기에 본격 가세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규제를 폐지할 경우 대형마트가 새로운 경쟁자로 진입해 새벽배송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GS리테일은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GS프레시몰이 제공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오는 31일 종료한다고 26일 밝혔다. GS리테일은 지난해 GS홈쇼핑과 통합한 후 매출 기준으로 신세계·롯데에 이어 국내 3위의 유통기업이다. 서비스 중단으로 새벽배송 상품 주문은 오는 30일 오후 11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GS리테일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손익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배송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당일배송에 집중해 멤버십 회원의 무료 배송 혜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밀키트 1위 기업인 프레시지도 이날 새벽배송을 중단했다.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과 편의점 CU의 지주사인 BGF도 지난 5월 새벽배송을 접었다. 양사는 출혈경쟁에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위드 코로나로 접어든 시점에 맞춰 사업을 철수했다.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새벽배송을 접는 것은 고비용 구조로 흑자를 내지 못하면서 더 버티기 어려워서다. 새벽배송은 인건비가 주간배송보다 2배가량 높고, 냉장·냉동 배송시스템 등 자체 물류 인프라 구축으로 초기에 대규모 투자 비용이 들어간다. 이로 인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매해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새벽배송으로 흑자를 내는 곳은 오아시스 마켓(새벽배송 전문기업)이 유일하다.

홈쇼핑 업체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새벽배송 시장은 성장세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가 2020년 2조5000억원에서 올해 11조9000억원으로 5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신선식품 구매를 꺼리던 4050세대까지 새벽배송을 경험하며 구매 패턴이 바뀐 점이 영향을 끼쳤다.

이에 올해 3월 SSG닷컴(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과 손잡고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네이버는 하반기부터 상품군을 넓히며 본격적으로 나선다. 네이버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협업전략을 취했다. 포털을 기반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활성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는 SSG닷컴·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택해 새벽배송 시장 재편에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여부도 변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 휴업일에 배송까지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로 보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규제 개선 논의를 시작했다. 규제가 풀리면 대형마트는 전국의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해 별도 투자 없이 새벽배송에 나설 수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식품에 대한 온라인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새벽배송이 수도권에 제한돼 있어 여전히 늘어날 수요가 많다”며 “지방의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 인프라로 활용하면 전국 단위의 새벽배송으로 고객 혜택을 확대할 수 있어 정부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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